펑 펑 터지는 가전제품, '폭발 주의' 경고문이라도..

오래된 제품 누전으로인한 폭발 사고 빈번..안전 조치도 미흡

2012-05-24     조현숙 기자

생활 가전제품의 누전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세탁기, 정수기, 스팀청소기, 헤어 드라이어 등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가전제품들에서 느닷없이 불이 나거나 폭발하는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 소비자들의 혼을 빼놓고 있는 것.

누전되어 전류가 흐르는 부분이나 스파크에 신체의 일부가 닿으면 감전, 화상을 야기할 뿐 아니라 전류에 의한 열이 인화물질에 공급될 경우 자칫 대형화재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크다.


때문에 피해 소비자들은 스파크 사고의 원인에 대해 제조사 측의 책임있는 원인 규명을 촉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품질보증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사용자 과실'을 탓하기 일쑤다.

이 같은 가전제품 안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는 '오래된 전선의 절연 불량', '피복 손상', '습기 침입' 등이 꼽힌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전제품 전기사고를 예방하려면 구입 전 제품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하고 미 사용시 전원 플러그를 뽑아 놓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누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전선이 낡아서 절연 피복이 벗겨지지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중소업체 제품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필립스전자, 한경희생활과학 등 대형 가전업체 제품과 관련된 전기 안전 사고 피해가 자주 제기되고 있다.
 


◆ 불붙은 헤어 드라이기, 오래되면 당연한 현상?

24일 서울 중랑구 묵2동 유 모(남.30세)씨는 몇년 전 구입한 헤어 드라이어를 사용하다 최근 스파크 사고를 경험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처럼 제품을 사용하던 도중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플러그 주변에서 불꽃이 튄 것. 급기야 유 씨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전원 코드방향으로 불이 붙어버렸다.

유 씨는 “파지직 소리와 함께 불이 붙어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마른수건으로 손을 감싸고 급히 전원 플러그를 뽑았지만 피복이 녹아내려 눌어 붙어 버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제조사 측으로 항의했지만 업체 직원은 사과는커녕 배송비와 수리비 안내만 했다고. 유 씨는 “게다가 담당직원은 ‘제품이 오래돼 스파크가 튀는건 당연하므로 고객 과실’이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며 기막혀했다.

이에 대해 H전자 관계자는 “규격에 맞는 부품을 사용한 안전한 제품으로 장기간 전원 코드 아래쪽을 잡고 사용하면 피복 내 전선이 끊어져 스파크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몇 번 사용하지도 않았고 코드 아래쪽을 잡고 사용한 적도 없다”며 “구입한지 오래된 제품은 불이 붙어도 되는거냐”며 반박했다.

스팀청소기 정전 뒤 다시 켜자 스파크 일어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정 모(여.42세)씨도 3년 전 구입한 9만원 상당의 스팀청소기를 사용하다 지난달 스파크 사고를 겪었다.

정 씨에 따르면 평소와 다름없이 스팀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던 중 갑자기 정전이 됐다고. 잠시 후 전기가 다시 들어오고 청소기를 재가동하자 퍽 소리와 함께 본체와 연결된 전원 코드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놀란 정 씨가 신속하게 전원 코드를 빼 불꽃이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거실바닥에는 시꺼멓게 그을음이 남고 말았다고.

정 씨는 즉시 서비스센터에 스파크의 원인 규명과 함께 전화로 AS를 요청했다. 그러나 상담원은 ‘제품에는 이상이 없고 AS를 위해서는 출장비와 수리비가 발생한다’ 설명했다고.

정 씨는 “멀쩡하게 사용하던 제품에서 저절로 스파크가 일어났는데 무상기간이 지났다고 수리비를 요구하다니 너무 억울하다”며 “근처에 아이가 있었거나 탈 물건이라도 있었으면 화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고인데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조사 측은 결국 해당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 조치했다.

'불꽃' 튀는 전기매트..“부품 교체해주면 되잖아”

대전 유성구 허 모(여.36세)씨는 3년 전에 의료기전문업체의 전기매트를 300만원에 구입했다가 최근 스파크 사고를 겪었다.

구입 후 전기매트를 사용하기 위해 온도조절기 플러그를 콘센트에 접속시키자 온 집안의 전기가 차단됐다. 그러나 업체 측은 원인 해명도 없이 온도조절기만 새 제품으로 교체해줬다.

그러나 이번에는 플러그에 불꽃이 튀며 일부는 강한 열에 까맣게 녹아내렸다. 심지어 온 몸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감전 증상까지 느꼈다고.


허 씨가 업체에 항의하자 담당자는 “새 부품으로 교체해 주면 되지 않냐”며 오히려 화를 냈고 “무상 A/S도 진행했으니 더 이상 책임이 없다”라는 반응이었다.

허 씨는 “스파크가 언제 다시 튈지 모르는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며 “제품 수거 요청은 무시한 채 온도조절기만 교체해 주는 업체 측의 무성의한 고객 응대에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의료기업체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식약청에서 제조품목 허가를 받아 안전한 제품으로 감전의 위험이 없지만 제품을 즉시 수거해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해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