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화끈한 지도자’ vs ‘통 큰 지도자’
2007-10-02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남북의 심리적인 거리감만큼이나 두 정상의 삶의 궤적은 이질적이다. 김 위원장이 세습으로 권좌를 ‘무상 이양’받았다면, 노 대통령은 숱한 역경을 넘어 오늘의 자리에 이른 인물이다.
둘의 삶의 궤적은 전혀 다르지만 놀랍게도 공통분모는 많다.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일단 통이 큰 성격이란 소리를 듣는다. 둘 다 화끈하다. 게다가 60대 동시대의 공유코드가 있다. 이번 회담에 의외의 대형 합의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2일 평양 출발에 앞선 대국민 인사말을 통해 “좀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며 알맹이 있는 회담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60대 지도자의 만남, ‘형식’보다 ‘내용’ 중시= 김정일(65) 위원장이 노 대통령(61)보다 4살 위다. 이 때문에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자신보다 16살이나 많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의전적 절차를 중시하며 깍듯한 예우를 갖췄던 것에 비해서는 좀더 편안한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삶의 궤적과 성향은 극과 극이다. 김 위원장은 베일에 가린 재벌 2세 성향에다 예술적 조예가 깊으면서도 다소 몽상적 기질을 갖고 있는 반면 노 대통령은 ‘논리적 검투사’형이며 입씨름을 마다치 않는 성격이란 점도 큰 차이다.
하지만 소탈하면서도 직설적인 성격, 머리 회전이 빠르고 승부사적 기질은 공통점으로 꼽힌다.
▶전략가 ‘노무현’ 對 승부사 ‘김정일’의 진검 승부=회담을 주도하기 위한 양 정상 간의 기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군비통제, 경제협력 등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때로는 언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이미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직후부터 한 달가량 수십 차례의 예행연습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노 대통령은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몸을 사리거나 금기를 두지도 않을 것이다.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하겠다”고 말해 경우에 따라서는 일전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일 간의 우호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일본인 납치 문제 때문에 북한에 대한 불신정책을 고집하는 아베 총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얻어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말싸움도 불사하는 노 대통령이 이번에도 특유의 정공법으로 회담 분위기를 주도하고자 애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역시 모든 사안을 자신을 중심으로 풀어가려는 성향이 강해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통 큰’ 합의 나올까=이런 점들로 미뤄 회담 막판에 ‘화끈한’ 결론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일 위원장의 통 큰(?) 일화는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2000년 8월 개성공단 특구 개발에 합의한 뒤, 당시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에게 “개성공단이 원래는 조국전쟁(한국전쟁) 이전에는 남쪽 땅이었다. 몽헌 선생이 내려가서 다시 개성을 찾아왔다고 얘기하라”고 말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서로가 처한 국내외 정치ㆍ사회적 여건이 속 시원한 결단을 내리기에 썩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노 대통령은 정권 교체를 불과 4개월 남겨놓은 임기 말이라 대북 지원과 관련한 약속 이행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권력 유지 기반인 선군정치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평화체제의 실행 방안이 부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형곤ㆍ김영상 기자(kimh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