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관계 비리, 대선정국 뇌관되나
2012-05-25 임민희 기자
특히 지난해 퇴출된 부산, 삼화저축은행 등에 이어 최근 영업정지된 업계 1위의 솔로몬과 미래, 한국, 한주저축은행 4곳에서도 경영진 및 대주주의 불법․부당대출 비리, 청와대 행정관과 친정부 인사인 전직 금융지주사 회장의 개입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저축은행발 금융게이트'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부실저축은행의 경영진 및 대주주 비리에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상당부분 개입한 단서를 확보하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입에서 청와대 김모 행정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친정부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정치권과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중 김승유 전 회장의 경우 지난해 9월 퇴출직전인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 청탁을 받고 도움을 줬다는 의혹과 김찬경 회장 차명소유의 골프장 회원권을 하나은행이 매입한 배경, 김찬경 회장이 청와대 김모 행정관의 부탁을 받고 그의 친형 빚(160억원)을 탕감해주는 사건에 대한 개입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김승유 전 회장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김 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분관계(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가 두텁고 지난 15년간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로 지내면서 금융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에서 의혹의 눈초리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구속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비리에 어떤 인사들이 개입되어 있을 지도 주목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회삿돈 170억원을 횡령하고 1천500억원대의 불법대출을 해준 혐의 등으로 임석 회장을 구속하고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임 회장은 지난해 8월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미래저축은행 퇴출을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임 회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소금회(소망교회 금융인 모임)' 회원으로 활동했고 야권의 동교동계 인사들과도 친해 정․관계에선 '마당발'로 통한다.
일각에서는 솔로몬저축은행이 자산규모 5조원의 업계 1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과 지난해 솔로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대출 위험성이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영업정지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퇴출됐던 삼화저축은행 비리 사건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비리의 중심에 서 있는 신삼길 명예회장을 둘러싸고 연루 의혹을 받았던 여․야 핵심인사들에 대한 개입 의혹 수사도 이번 솔로몬․미래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계기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사태가 '정관계 비리게이트'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면서 예전처럼 몸통은 놔둔 채 꼬리만 잘리는 '반쪽짜리 수사'에 그치지 않을 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저축은행이 부실의 온상이 된 데는 전․현직 금융당국자들의 정책실패와 감독부실 책임, 정치권과 금융계간의 유착 비리 등이 근본원인인데 이러한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만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문제를 하루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금융지주사 등에 추가 인수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검찰이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비리수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차원에서 부실화된 저축은행을 정리해 향후 있을 더 큰 피해를 막고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일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당국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을 또다시 금융지주사들에 떠넘기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정책 및 감독실패를 일시적으로 덮으려는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며 "해당 저축은행의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저축은행 시스템 전체에 대한 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시 예금보험공사 내의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이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