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알고쓰자] 컴퓨터 가격 정말로 싸진 것일까?

2007-10-03     오경석 칼럼리스트
컴퓨터 가격 정말로 싸진 걸까?

세상에 모든 물가는 오르게 마련입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돈이 풀리는 만큼 물가도 오릅니다. 명절 등의 대목에 물건값이 비싸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꼭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닌거지요. 반대로 물가가 내리기 시작한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생산자들이 물가가 내리는 상황에서 제품을 생산할 까닭이 없으니 공장이 놀게 되고 실업자가 생기기 시작하고 시중에 돈이 없어지면 구매력이 떨어지고 판매자들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가격을 낮추고 물가는 더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1930년대 미국대공황의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물가란 너무 올라도 문제요 내려도 문제니 결국은 누누히 외치는 물가 안정이 답이겠지만 당연히 어려운 문제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시장원리에서 언뜻 크게 벗어난 부문이 있으니 그게 바로 컴퓨터관련 부문입니다. 역시 컴퓨터를 취급하는 저로서 고객들로부터 가끔 컴퓨터 값이 참 싸졌다는 말씀을 심심치않게 듣습니다.

컴퓨터 판매 말고 어느 장사꾼이 고객으로부터 싸졌다는 말을 들을수 있을까요? 그러면 정말 컴퓨터는 싸진 걸까요?

1.가격은 확실히 싸졌다.

옛날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제가 컴퓨터를 처음 공부할 때 구입한 286컴퓨터의 값은 14인치 흑백모니터를 포함해서 150만원 정도였습니다.

지금과 성능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없는 것이고 단순히 그당시 쓸만한 컴퓨터 였습니다. 지금 만약 150만원이 있다면? 저라면 쓸만한 정도를 지나 꽤 괜찮은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니터도 제법 큰 사이즈로요. 단순비교하더라도 물가는 분명히 크게 올랐는데 –지금도 즐겨먹는 라면의 가격이 당시 120원에서 현재 500원이 되있습니다- 컴퓨터값은 오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체감으로 내렸다고 느낄만 합니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제조기술의 향상으로 제조원가가 내려가면서 부품값 자체가 싸진 것도 있고 대부분이 수입품인 관계로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에 따른 환율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중국이라는 인건비 저렴한 거대 공장의 출현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2.하지만 묘한 가격의 원리

그런데 컴퓨터 값이 싸다 싸다 듣고 한대 구입하려고 막상 테이블 앞에 앉아 견적을 상담하면 얘기가 다릅니다.

요즘 같이 2년이면 한 번씩 컴퓨터를 바꾸게 되는 시절에 자주 새컴퓨터 구입을 고려하게 되는데 견적을 내보면 2년전에도 100만원 2년후에도 100만원 얼추 비슷한 견적을 받게 됩니다.

이건 왜 일까요? 시장에 나오는 여러가지 제품 중에 성능이나 가격면에서 알맞아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제품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 제품의 가격이 항상 비슷한 선에서 유지되고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새로 컴퓨터를 구입하면서 구종 부품을 굳이 사용할 수는 없고 가격이나 성능에서 합의점을 찾다보면 귀결되는 제품이나 가격이 결국 비슷해지게 됩니다. 결국 소비자의 지갑에서는 매번 고만고만한 돈이 지출됩니다.

3.부수비용의 증가

컴퓨터 자체의 가격은 싸졌는지 모르지만 부수비용이라 할 수 있는 여러 비용부담이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무료거나 무료에 가까웠던 것들이 유료화 되었거나 비용이 증가되었습니다.

우선 인터넷을 쓰는 개인이나 단체는 매달 인터넷 사용료를 납부합니다. 게임, 음악등의 부가 컨텐츠를 이용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대가로 매달 또 돈을 냅니다.

과거에는 무료거나 무료나 다름없던 많은 것들이 유료화 되거나 더 많은 돈을 요구합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판매로 더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진 많은 업체들이 이러한 컨텐츠 사업에 뛰어들어 유료 서비스의 홍수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알게 모르게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어 그들에게 수익을 제공합니다.

4.짧아진 교체주기

컴퓨터가 당당한 재산목록이었던 시절에는 아이들 공부방에 그 위엄을 자랑하였습니다만 지금은 성능이 떨어지면 홀대받고 애물단지 노릇을 하다가 결국 버려지기 쉽상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가격이 싸진 것도 원인이고 교체주기가 빨라져 신형이 2년을 넘기기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예로 한때 100만원 주고 4년을 사용했다면 이제는 55만원을 주고 2년을 사용합니다. 비용부담은 물가 증가를 감안하면 큰 차이없지만 결코 컴퓨터 가격이 단순히 싸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최고급 좋은 것, 최신 사양 고가 제품을 찾기 보다는 현재 쓰는 제품을 보다 잘 쓰기 위한 노력과 사용용도에 맞추어 구입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때입니다.

<오경석 객원칼럼리스트 약력>

-1998년 신세기 도서컴퓨터 창업

-2002년 컴퓨터공작소 신세기로 개명

-2007년 현재 컴퓨터공작소 신세기(www.doracom.co.kr) 대표

*이메일:businet@dorador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