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감 고조, 은행권 건전성 등 대책마련 시급
2012-05-30 임민희 기자
특히 그리스 유로존 탈퇴 등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재정위기가 또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어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와 건전성 제고 등 대비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츰 회복세를 보이던 유럽 재정문제가 그리스와 스페인 등 구제금융 문제로 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정부와 은행권이 외화유동성 확보 등에 주력해 위기대응 능력이 나아졌지만 '유럽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와 실업자 증가 등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주택담보 가치 상실로 결국엔 은행 전체가 부실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글로벌 위기 대응능력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과 조달금리 인하, 국채 매입 등의 긴축재정을 펴고 있고 국내 은행 역시 예전보다 대응력이 높아진 것 같다"며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것은 외국인들이 무차별적으로 매도를 했기 때문으로 글로벌 상황이 차츰 안정화되면 통화 공급 등에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각 국가와 은행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상향됐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외화조달 규제에 들어갔고 국내은행의 외화차환율도 양호해 전체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단기 및 중장기차입 차환율은 각각 95.5%, 68.9%로 모두 순상환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에 필요자금을 중장기로 선조달한 데에 기인한 것으로 올해 1~4월중 중장기 차환율은 177.1%을 기록했다.
4월말 기준으로 한국 국채(5년물)에 대한 CDS프리미엄은 121bp로 3월말(123bp) 대비 2bp 하락했다. 또 단기차입 가산금리는 8.9bp, 1년물 중장기차입 가산금리도 111bp로 3월 대비 크게 하락했으나 5년물은 216bp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은행의 채권발행 등으로 3월대비 상승했다.
하지만 문제는 유럽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국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치환 연구원은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고 스페인 등 유럽은행들의 뱅크런이 가속화된다면 유로존 해체와 주가 급락 등이 불가피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다"며 "현재 유럽중앙은행(ECB) 등에서 구제금융 정책을 펴고 있는데 내달 17일 있을 그리스 2차 총선 결과가 중대 변수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인 연구위원은 "이달 들어 국내 주가가 무려 8%나 빠졌는데 향후 유럽쪽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가 관건"이라며 "그리스 선거 결과와 유럽은행들이 6월말까지 자금확충(위험자산을 줄이는 대신 자기자본 확충)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 등에 따라 전체적인 시장리스크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24일 '유럽경제 침체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연합(EU)의 수입이 20% 줄면 우리나라의 대유럽 수출이 138억달러 감소하고, 30% 축소되면 208억달러 줄어들 것"이라며 "유럽 위기 지속은 전반적인 국제 교역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유럽 수출 규모는 557억달러로 전체 수출액 5552억달러의 약 10%를 차지했다. 특히 유럽 수출 규모가 생산량 대비 20%에 달하는 조선업의 수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침체는 수출산업 타격은 물론 가계소득 감소와 부동산 경기하락에 따른 주택담보 가치 상실 등으로 이어져 은행 여신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4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연체 기준)은 1.21%로 3월말(1.09%)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4월중 신규연체 발생액(3조2천억원)은 전월 대비 7천억원 증가했고 연체채권 정리규모(1조9천억원)는 전월 대비 1조원 감소했다.
기업대출(원화) 연체율은 1.49%로 전월말(1.32%) 대비 0.17%포인트 상승했고 가계대출(원화) 연체율(0.89%)도 전월말(0.84%)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원화) 연체율(0.79%)은 전월말(0.76%)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