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사진엔 호두 토핑 가득하더니, 열어보니 '맹탕' 과자
먹음직스러워 샀다가 황당..광고 수준 넘어선 과장 '이미지 컷' 눈총
일부 과자제품의 포장에 인쇄된 내용물 이미지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자가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가 도를 넘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것.
특히 과자는 성인뿐 아니라 아이들도 많이 찾는 식품군이라는 특성상 외관에 그려진 그림 또는 사진이 갖는 구매 유도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제품의 이미지가 선택을 좌우한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문에 내용물에는 있지도 않은 토핑을 가득 얹거나 파이속의 잼등을 과장되게 채워넣는 포장 이미지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 겉포장 사진을 보고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 충남 아산시에 사는 이 모(여.38세)씨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청우식품의 ‘아마씨 호두 쿠키’를 구매했다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상자에 그려진 쿠키의 이미지가 매우 먹음직스러워 보여 제품을 선택했지만 막상 포장을 뜯어보니 같은 제품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차이가 심했다고. 혼자만의 생각인지 확인해보고자 가족들과 주변 이웃들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물어봤지만 열이면 열 얼토당토않은 사진이라는 반응이었다는 게 이 씨의 설명.
▲ 청우식품의 '아마씨 호두 쿠키'의 이미지컷(좌)와 실제품. 광고 사진과 달리 호두 토핑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제품명이 ‘호두쿠키’일뿐 아니라 상자에 크려진 사진에도 호두가 큼지막하게 박혀 있어 그대로의 내용물을 상상했었다”며 “사진과 내용물이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건 감안하지만 호두토핑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 정도는 너무 심한 과장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이 같은 의견을 청우 측에 전달하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성분함량미달 등 제품 하자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워 합리화시키려는 듯 했다”고 설명했다.
◆ 제조사별 '이미지 컷' 과장 정도 큰 차 보여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유명 제과업체(청우식품,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해태제과)들이 판매중인 쿠키, 파이류 등 10개 제품을 구입해 조사한 결과 상자의 이미지 컷과 실제 제품과의 차이가 큰 몇몇 제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파이류 중 일부는 과자 안을 채우고 있는 잼이나 크림 등 내용물의 양이 사진과 비교해 현저하게 부족해 소비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소비자가 제보한 청우식품의 ‘아마씨 호두쿠키’는 타사의 제품과 비교해도 이미지의 과장정도가 가장 심했다. ‘찰떡쿠키’의 내용물 역시 이미지로 표현된 흰 찹쌀떡의 색깔과 식감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에 대해 청우식품 측은 이미지와 실물이 매우 다르다는 의견에 일부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우식품 관계자는 “같은 공정을 거치더라도 쿠키의 모양이 제각각인데, 사진용으로 골랐던 제품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아 패키지 변경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사진은 이미지 컷입니다’라는 문구를 넣거나 사진을 다시 찍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일본의 제과업계의 경우에도 제품의 특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수정한 후 아래에 이미지 컷이라고 안내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라운-해태 제과 제품 중에서는 최근 재출시 된 ‘크라운 몬트쿠키’가 이미지 과장의 예를 대표했다. 한눈에 봐도 잼의 양이 매우 적었고 크기도 절반수준이었다. ‘크라운 빅파이’ 역시 마찬가지. 반면 ‘해태 후렌치파이’는 이미지와 실제가 거의 흡사했다.
크라운-해태제과 관계자는 “개인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달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오리온 제품 중에서는 ‘참붕어빵’ 을 꼽을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출시된 지 오래된 ‘촉촉한 초코칩’과 ‘후레쉬파이’와 비교해 내용물의 비중이 적은 편이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상자에 그려지는 이미지는 제품을 설명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표현 된다”며 “라면봉지에 그려진 ‘조리예’ 사진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칙촉, 카스타드 등 롯데제과의 제품들은 비교적 상자의 이미지와 실제품의 차이가 없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포장에 인쇄된 이미지를 소비자들이 실사로 인식해 구매로 연결되고 있다면 문제 삼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지와 실제의 차이를 느끼는 것은 개인차가 클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지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