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 "상환능력 높여 가계부채 풍선효과 막아야"

2012-05-31     임민희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종합대책을 발표한지 1년여가 흘렀지만 부채규모는 이미 9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로 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규모는 다소 둔화됐으나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저소득자들이 대거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몰리면서 부채의 질은 오히려 악화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

경제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무리하게 억제하기 보다는 서민금융 지원과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표면적으로 부채증가율은 감소한 반면, 저소득․저신용자를 중심으로 생계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부실 심화에 따른 금융시스템 불안과 서민의 삶의 어려워지면서 소비(실문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연간 가계 대출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준인 7.3%에서 관리하고 고정금리ㆍ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활성화 유도,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에 나섰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 자체를 규제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들은 제2금융권 등에서 살인적 이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작년 하반기 전세값 급등으로 대다수 서민적이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를 이용하면서 서민입장에서는 오히려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부채의 질이 나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신용 현황을 보면 3월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911조4천억원(가계대출은 857.8조원, 판매신용은 53.6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7.0%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3분기(8.8%) 이후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주택경기 부진과 상여금 지급 등에 따른 가계대출 수요 둔화, 신용카드 사용실적 감소 때문으로 분석됐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453조1천억원(주택대출 309조5천억원, 기타대출 143조7천억원)을, 비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184조원(주택대출 83조9천억원, 기타대출 100조1천억원)을 보였다.

참여연대 이헌욱 민생경제팀 본부장(변호사)은 "정부가 지난해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분적으로 성과도 있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먹고 살기 힘드니까 자꾸 빚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고, 국토해양부 등 정부부처도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들을 펴면서 사실상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가계부채는 양적팽창과 질적악화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 부채규모는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는데 정책적으로 임금을 올려주거나 필수지출(주거, 교육비 등)을 줄여 가처분소득을 올려주는 한편 30%를 훨씬 넘어서는 불법고리대가 성행하지 못하도록 원금 또는 이자를 못 받게 하는 등의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혁 금융경제팀장은 "부채규모 보다는 누가 돈을 빌렸느냐인데 대부분 고소득자나 고액자산가 즉, 주택담보대출이어서 금융기관이 갑자기 부실화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며 "물론 가계부채는 줄여야 하겠지만 무리하게 억제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적정규모로 관리하면서 저소득층에 대한 서민금융 강화와 일자리창출 등을 통해 대출 상환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팀장은 최근 그리스 유로존 탈퇴 우려 등 유럽재정 문제가 악화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유럽 상황이 악화되면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 대출금리 등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경제가 불안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고용을 줄이기 때문에 소득이 줄어 가계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