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이 백화점보다 싸다고? 이런 경우 되레 '피박'
면세 범위 초과할 경우 관세율 몰라 세금 망치 맞기 일쑤
2012-06-05 이성희 기자
올 4~7월까지 해외여행객수(예약자 포함)는 36만6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0만2천명) 증가했다. 해외여행자수가 늘어난 만큼 면세점 이용객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품 구입 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관세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면세점의 경우 외국인 여행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설치됐으며 세금 면제로 상품 값이 싸서 이용 선호도가 높지만 물품만 구입하고 세관 신고를 하지 않을 시 가산세가 붙을 수 있고 대리 반입 시 물품을 압수당할 수 있다.
또한 면세품이 무조건 싸다는 막연한 인식으로 구매한 물품에 대한 세율을 챙기지 않을 경우 시중가보다 오히려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세관 관계자에 따르면 "품목별 세율에 따라 수입세금을 납부하는 경우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 있으니 주요 품목에 대한 세율을 참고하여 무분별한 해외 명품쇼핑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면세범위 초과물품은 입국할 때 세관에 자진신고하여 가산세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면세점 명품 세관신고 가볍게 여겼다 낭패...친구까지 죄인만들어
5일 서울시 도봉구 창2동에 사는 이 모(여.34세)씨는 세관신고를 가볍게 여겼다 낭패를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인천국제공항의 명품 매장에 들러 가방과 지갑을 230만원에 구입하며 매장 직원에게 관세에 대해 물었고 “면세 범위 400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야하며, 안내면 20% 관세 외 30%의 가산금이 붙는다”는 답을 들었다.
이 씨가 “세관신고를 하지 않고 통과되는 사람들도 많다는 데 걸리면 재수 없는 거고 안 걸리면 좋은 거냐”고 묻자 직원은 “그렇다”는 답을 했고 결국 세관신고를 형식적인 절차 정도로 인식했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
입국 당시 친구의 가방에 넣어 검색대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리무진버스를 타려는 순간, 세관직원이 다가와 다시 검색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일파만파 커졌다.
결국 5개월 할부로 구입한 230만원의 물품을 모두 몰수당했고 친구마저 '대리반입'한 죄로 무려 93만원의 벌금을 내야하는 상황.
이 씨는 “20%의 관세를 내면 백화점에서 사는 것과 같은 금액이라는 생각에 어리석은 판단을 했다. 하지만 판매직원이 안걸리면 다행이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답하지 않았다면 구매를 하지 않았거나 세관신고를 했을 것”이라며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면세점 관계자는 "가산금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다 안내받았으니 이후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지 판매직원이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 않느냐? 또한 직원에게 확인해봤지만 그런 식의 안내는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답했다.
◆ 면세품이 백화점보다 되레 비싸...판매직원도 관세율 몰라?
면세점에서 물품 구입 시 세관신고 후 지불하는 세금까지 꼼꼼히 짚어보지 않으면 면세범위를 넘어서는 물품에 세금이 부가될 경우 백화점 가격보다 오히려 비싸질 수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윤 모(여)씨에 따르면 그는 5월 초, 친구집 방문을 목적으로 일본으로 출국하는 친정어머니를 위한 선물로 동화면세점에서 249만7천원 상당의 명품 핸드백을 구입했다.
면세점의 경우 백화점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뜻밖에 18.8%의 관세가 붙어 38만606원의 세금을 물게 됐고 확인결과, 동일 모델의 백화점 판매가 보다 약 9만원가량 비싸게 산 셈이 됐다고.
윤 씨는 “400달러까지만 면세가 된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상식이지만 이를 넘을 경우 몇 %의 관세가 붙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며 “계산을 해보면 면세점이 훨씬 비싼데 판매직원이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아 돈을 더 내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매장직원이 물품에 대한 세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며 그것은 관세청에서 아는 영역으로 환율도 매번 다를 뿐만 아니라 거기까지 안내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 초과물품 세관통과 '복불복' 믿었다간 큰 코 다쳐
국민소득 향상으로 해외여행이 보편화 되면서 해외쇼핑 규모가 크게 증가했만 면세범위 추가물품에 대한 세관 자진신고는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면세범위인 미화 400달러를 초과한 물품을 세관에 자진신고 하지 않고 반입하려다 적발되어 징수된 가산세는 4만7천건, 금액으로는 5억7천만원으로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명품에 대한 국내 선호도 상승으로 작년 한해 여행자휴대품 검사결과 가장 많이 적발된 물품으로 고가 명품이 전년보다 26%나 증가한 4만4천건이 적발됐다.
관세법에 의거해 면세범위 초과물품을 자진신고하지 않을 경우 납부세액의 30%가 가산세로 추가 부과된다.
관세납부를 피하기 위해 면세 추가품을 타인이 소지하고 세관 검사대를 통과할 경우 대리반입으로 구매자와 대리반입자 모두 관세법으로 처벌받게 되며 물품은 압수된다.
세관 관계자는 "실제로 물건을 구매하지 않은 대리반입자는 구매경위, 가격, 결제방법 등을 묻는 세관원의 질문이 이어지면 자신의 물건이 아닌 사실이 십중팔구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