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에 휘발유 넣어 고물돼도 주유소는 뒷짐만

주유소-정유사 핑퐁에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 덤터기

2012-06-07     조현숙 기자

주유소 측 실수로 경유 차량에 휘발유를 넣는 '혼유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업체 측의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피해소비자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혼유가 주입된 사실을 모르고 차를 운전했을 경우 연료탱크 및 노즐은 물론 엔진를 교체해야하는 등 피해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피해를 보상받기도 쉽지 않다. 주유소 측은 소비자가 주유 영수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빌미로 차량 수리 비용의 일부를 떠넘기거나 '별 문제 없다'는 식의 무책임한 대응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유업체들 역시 '자영주유소는 본사에서 컨트롤 할 수 없다'는 대답으로 뒷짐만 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혼유사고의 원인은 차종을 숙지하지 못하거나 숙달되지 않은 주유원들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승용차에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차량의 출시가 늘어나고, SUV나 RV 차량 또한 휘발유를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의 장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자동차 혼유 사고 관련 피해구제 건은  전년 동기간(13건) 대비 8건이 늘어난 21건으로 62% 증가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혼유 사고 발생 시 시동을 켜지 말고 즉시 연료통 교체 수리를 받아야 과다한 수리비용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GS칼텍스, SK엔크린,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주유소 혼유사고를 겪은 피해 제보가 줄이어 접수되고 있다.


◆ 경유차에 휘발유 넣고 되레 큰소리 뻥뻥

7일 전남 광양시 중동 백 모(남.29세)씨는 지난달 광양시 광영동에 위치한 S주유소에서 혼유사고를 당해 구입한지 6개월된 차량의 엔진이 고장나는 피해를 겪었다.

주유소 직원의 실수로 자신의 경유 차량에 휘발유가 주입된 사실을 몰랐던 백 씨는 차를 출발시켰고 약 1.5km를 주행하다 차는 멈춰서고 말았다.

백 씨에 따르면 주유 전 직원에게 분명히 "경유~"라고 두차례 강조했을 뿐 아니라 주유통 입구에도 '디젤 차량'이라고 크게 표기돼 있다고.

백 씨는 “차가 갑자기 덜컹덜컹 흔들리더니 시동이 갑자기 꺼져버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유소에서 받은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무연휘발유’라고 적혀 있어 가슴이 덜컹했다”고 설명했다. 점검 결과 엔진을 새로 다 갈아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주유소 측으로 항의하자 대표는 미안해 하기는 커녕 ‘주유통 배관 쪽만 세척하면 문제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직접 주유통 씻어서 말리면 금방 처리된다’고 황당한 설득을 했다고.

이에 대해 정유사 관계자는 “경유차에 휘발유를 잘못 주입한 건으로 본사에서 품질매니저를 보내 중재를 촉구했으며 현재 협상 논의 중”이라며 “해당 주유소는 직영이 아닌 자영 주유소로 본사에서 하나하나 컨트롤 할 수 없음을 양해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 차량 정비 중 이용한 렌터카 요금까지 덤터기

경북 칠곡군 왜관읍 구 모(남.27세)씨는 지난해 4월 칠곡군에 위치한 단골 주유소(무폴)에서 경유 5만원을 충전했다가 휘발유를 주입하는 혼유사고를 겪었다.

사고로 인해 구 씨의 차량은 연료필터 교환, 연료탱크, 연료라인 및 노즐 세척 등 후속조치를 해야 했다. 그러나 정비 후에도 엑셀 밟을 때마다 쇠 긁는 소리 등 소음이 줄지 않았고 연비마저 현저히 떨어져 다시 검사를 받자 연료계통 모든 부분을 신제품으로 교체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국 주유소에서 의뢰한 정비소 측에 추가 정비를 요구해 20여일이 더 소요됐고 이 기간 동안 총 132만원의 렌트카 비용이 들었다.

렌트비를 청구하자 주유소 측은 "주유 영수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소비자의 과실도 있으니 렌트비용 30%는 구 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씨는 "멀쩡한 차를 고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영수증 확인 책임을 묻고 있다니 어이가 없다"며 "혼유 사고를 뉴스로 접하긴 했지만 내 일이 될 진 몰랐다"며 한숨지었다.

이에 대해 주유소 운영자는 “실제 수리기간은 이틀이라 이에 해당하는 렌트비만 부담하고 싶었지만 고객서비스차원에서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휘발유 차 경유 넣을 뻔하고도 당당히 결제요구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김 모(남.37세)씨 역시 최근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 부근 E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주유소 직원에게 2만원 주유를 부탁했으나 주유가 끝난 후 직원은 6만4천원을 요구했다. 김 씨가 2만원 어치를 주문했다며 황당해하자 주유소 직원은 사과는 커녕 6만4천원 카드결제를 당당히 요구했다.

화가 난 김 씨가 책임자에게 항의했고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황당한 말을 들었다. 알고보니 직원의 실수로 경유 주유기에 2만원을 입력하고 휘발유 주유기로 6만4천원의 휘발유를 주유한 것. 김 씨가 주문한 2만원 금액을 입력한 주유기로 제대로 주유를 했다면 김 씨의 휘발유 차량에 경유가 들어갈 뻘 한 상황이었던 것.

김 씨는 "내 차는 휘발유 차량이었고 상식적으로 경유차로 오인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할 정도로 숙달되지 않은 직원을 보고 기가 막혔다"며 "게다가 사과는 커녕 주유된 6만4천원 어치 결제를 당당하게 요구해 황당하기 짝이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정유사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한 조치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짧게 답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