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유럽리스크' 장기화 대비 외화조달 건전성 주력
2012-06-05 임민희 기자
그간 정부차원에서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과 조달금리 인하 등의 긴축재정을 펴 외환보유액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유럽리스크가 장기, 심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침체 및 주가급락 등의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 전반적으로 자본적정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2009년말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원화대출 연체율 상승에 따른 건전성 우려,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수익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현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도 주목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 문제가 되고 있는 피그스(PIGS, 포루투칼․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나 프랑스 등 유럽계 차입비중을 줄이는 대신 아시아나 중동지역으로 외화 차입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4월말 현재 국내은행(외국계은행 지점 포함)의 총 차입금은 2천42억달러로 이중 유럽계 차입금은 27% 수준인 549억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6월말 33%와 비교해 6% 가량 떨어진 수치다.
국민은행의 유럽계 차입금은 4억달러로 전체차입금의 6%(채권발행 제외)에 그쳤다. 우리은행의 경우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20%대로, 대부분이 영국과 독일 금융기관 자금이다. 하나은행은 유로존에서 빌린 차입금과 채권발행액이 전체의 25% 수준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유럽계 차입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신한은행은 지난 3월 딤섬본드 6억2천500만위안 발행에 이어 7월초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추진하는 등 차입선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08년 리먼사태 이후로 유럽계 자금 비중을 꾸준히 낮춰왔고 앞으로도 아시아권 채권 발행을 늘리고 중장기 위주로 차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20%정도 되는데 대다수 영국과 독일 금융기관 자금이고 문제가 된 그리스, 스페인 쪽은 거의 없어 안전할 것으로 본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금융전문가들도 정부의 선제적인 외화조달 규제와 국내은행의 외화차환율 양호 등 위기대응능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천108억7천만달러로 4월말(3천168억4천만달러)보다 59억7천만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가증권(정부기관채, 금융채 등)이 2천823억5천만달러(90.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외화자산 운용수익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파운드화 등의 큰 폭 약세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감소한데 따른 것이다.
아직까지는 유럽리스크 요인에 대해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장기화 내지는 심화될 경우 국내경기 침체는 물론 은행권에도 적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4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일 이상 원금연체 기준)은 1.21%로 3월말(1.09%) 대비 0.12%포인트 상승했다. 4월중 신규연체 발생액(3조2천억원)은 전월 대비 7천억원 증가했고 연체채권 정리규모(1조9천억원)는 전월 대비 1조원 감소했다.
또 3월말 기준으로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88%, 기본자본(Tier1)비율은 11.05%를 기록해 전년말 대비 각각 0.08%p, 0.04%p 하락했다. 물론 이는 농협은행 출범에 따른 자본감소(1조5천억원) 때문으로 BIS비율은 기업․수출입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12%를 초과해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및 금융 불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바젤Ⅲ 자본규제 등을 대비해 지속적인 자본적정성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수입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수수료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1조원 감소한 3조5천억원을 나타냈다.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은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판관비와 대손비용(충당금+준비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권의 탐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현금자동화입출금기(ATM기)나 창구 수수료를 인하 또는 면제했다. 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이 고금리 수신 상품과 저금리 대출에 나서면서 은행권 내에 본격적인 금리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중 금융기관 가중 평균 금리동향'을 보면 예대마진은 3월에 비해 0.02%포인트 감소한 2.88%포인트를 기록했다.
시중은행들은 수신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마땅히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고 기존의 가계여신 및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악화 조짐, 수수료 인하와 예대마진 감소에 따른 순익 하락 우려 등 여러모로 험난한 한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