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재분류에 중소제약사만 '앗 뜨거'

2012-06-11     윤주애 기자

정부의 의약품 재분류 정책으로 중소제약 업체들이 큰 영향을 받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재분류는 약품의 안정성을 따져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약과 그렇지 않은 일반약으로 지정해주는 것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일반약이 전문약으로 전환될 경우 판로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영업.마케팅전략을 새로 짜야 할 수 있다.

11일 마이경제 뉴스팀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의약품 재분류안에 포함된 6천300여개 품목 가운데 일반약 또는 전문약 등으로 전환될 162개사 526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 중소제약사가 생산하는 약품 가운데 전문약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대기업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분류 대상이 가장 많은 태극제약의 경우 총 18개 품목이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일반약 전환은 7개 품목에 불과한 반면 전문약 전환은 11개 품목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 많은 품목이 포함된 청계제약(11품목)과 한국웨일즈제약(11품목)도 일반약 전환은 3개 품목에 그쳤지만 전문약 전환은 2배 이상 많은 8개, 7개 품목이나 됐다.

이들 기업은 연매출이 수백억원에 불과해 중소 제약사로 분류된다. 이들이 생산하는 의약품도 적게는 십수 품목에서 수십 가지에 불과하다.

신약보다 복제약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계 구조상 일반약이 대거 전문약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생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중소제약사들의 영업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반면 매출 1조원에 육박하는 동아제약 등 국내 상위 제약사와 덩치가 큰 다국적 제약사들은 많아야 5품목만 재분류 대상에 들어 있어 별 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고(크림) 등 피부과 의약품이 주력인 태극제약은 이번 재분류로 여드름약 '크리신외용액' 등 일반약 11개 품목이 이르면 7월 말 전문약으로 전환된다. 태극제약은 또 안약 '모아세틴점안액' 등 전문약 7품목의 안전성이 확인돼 의사 처방전 없이도 일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청계제약은 '스코펜정' 등 일반약 8품목이 전문약으로 바뀌고, 경증의 심장칠환에 사용되는 '유빅큐정' 등 3개 품목은 전문약에서 일반약으로 바뀐다.

특히 스콘펜정은 진통소염제 성분인 이부프로펜600mg으로 만들어졌다. 식약청은 이부프로펜 고용량 제품을 복용한 환자들에게서 위장질환 등 부작용이 나타나 21개 제약사 21개 품목을 일괄적으로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부프로펜의 경우 위장장애가 일부 보고됨에 따라 600mg 고용량 제품을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독약품 씨트리 동인당제약도 전문약은 1품목만 일반약으로 전환되는 반면, 일반약은 무려 5~6품목이나 전문약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업체간 영업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의약품 재분류 정책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 한미약품을 제외하고 모두 중소제약사인 셈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일반약이 전문약으로 바뀌는 품목은 전혀 없는 반면 전문약이 일반약으로 바뀌는 경우가 5개 품목, 전문약과 일반약 동시 판매가 허용되는 품목이 4개다.

국내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은 일반약 3품목이 전문약으로 전환된다. 업계 2~3위인 대웅제약 녹십자도 30~40여개 품목 중 1~5품목만 재분류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한국와이어스, 바이엘코리아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1~5품목이 재분류될 예정이어서 국내 중소제약사들과 대조를 이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의약품 재분류 대상으로 회사 대표품목이 포함된 곳은 벌써부터 영업마케팅을 어떻게 짜야할지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태극제약 등 일부 기업은 정부안이 발표된 이후 향후 대책안을 논의하느라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