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홱보기못함증’? - 웃기는 ‘의학용어 한글화’

2007-10-08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홱보기못함증?’ 도대체 무슨 뜻이고, 어디에 사용되는 말일까.


헤럴드경제가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의학용어를 확인한 결과, 황당한 사례를 발견했다. ‘홱보기못함증’은 물체를 쳐다볼 때 눈 대신 고개가 돌아가는 증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동맥말타기’ ‘피떡뒷당김시간’ ‘말달림율동’ ‘익은손’ ‘까진 위염’…. 도저히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병원이나 의사 시험 등에서 사용되는 공식 용어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001년부터 진행 중인 의학용어 우리말 개정작업이 현실과 한참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때문에 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의대생은 물론 의사의 설명을 듣는 환자까지도 “우리말로 개정된 용어가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며 “의학용어를 현실적으로 알아듣기 쉽게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라틴어와 영어로 된 의학용어를 의협이 한글화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 의협 관계자는 “의사와 환자, 일반인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어려운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고쳐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협은 2005년 필수의학용어집을 편찬했고, 2008년에는 의학용어집 5판을 발간할 예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용어는 현장의 의사와 전문의 시험, 의대 졸업시험 등에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쉬운 한글화가 오히려 이해하기조차 힘든 용어로 만들어진다는 것. 무리하게 한글로 풀어쓰면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예를 들어 ‘익은 손(major hand)’같은 경우는 ‘주로 사용하는 손’ 정도로 풀어쓰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편하다. ‘홱보기못함증’으로 번역된 ‘oculomotor apraxia’의 경우도 ‘안구운동실행증’이라는 기존 용어에 비해 이해하기 어렵고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염석현(24) 씨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전문용어를 한글화하려는 시도는 환영하지만 바꾼 용어도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이해도 안 가는 말을 무리하게 번역할 바에는 원어를 쓰는 게 낫다”며 일침을 놓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어색한 용어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이를테면 2001년 만들어진 의학용어집 4판에 있었던 ‘방패샘’이라는 용어는 2005년 ‘필수의학용어집’에서 다시 ‘갑상샘’이라는 용어로 고치는 등 부자연스러운 어휘를 고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와 함께 2008년 개정되는 의학용어집 5판에서는 사용되지 않거나 논란이 되는 용어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상화 기자(sh9989@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