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차기 회장, 모피아로 채워지나

2012-06-13     임민희 기자
신충식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주사 출범 100일 만에 돌연 사퇴하면서 갖은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차기 회장 후보로 관료출신 등 외부 인사들이 대거 오르내리고 있다.

농협금융 측은 회장 인선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이달 안에는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지만 관료출신 인사가 선임될 경우 관치 우려와 노조 반발 등으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사업구조개편(신용․경제사업 분리) 개편 잡음과 관치 논란, 노조 파업조짐 등 농협금융 내부적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신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퇴하면서 지주사 출범 전 물망에 올랐던 정부 관료출신 인사들이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현재 농협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는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권태신 전 국무총리실장,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태영 전 농협신용부문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중 김태영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관료출신(모피아)의 외부인사다.

농협금융은 지난 11일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사외이사 2명, 이사회 추천 외부전문가 2명, 중앙회장 추천 인사 1명 등 5명으로 이뤄진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고 후보자 선정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회추위는 회장 후보에 대한 자격심사와 면접, 선정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면 이사회에 통보한다. 이사회가 주주총회에 부의결의 후 선임 안건을 올리면 주주총회에서 새 회장이 선임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차기 회장 인선절차를 오래 끌면 조직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진행해 한 달 이내에 끝내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신 회장의 사퇴 배경에 대해 "신 회장이 7일 임시경영위원회를 요청해 갑작스럽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웠다"며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병행하는 것이 농협 발전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고민과 '안정적인 출범'의 소임을 이뤘다는 판단 아래 신 회장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듯하다"고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신 회장은 대외적으로 "농협금융이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하려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며 "농협은행장으로서 은행 경쟁력 강화에 전념하겠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라는 시각과 함께 외압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의 갈등설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모피아(옛 재무관료 출신인사)들이 '농협금융 회장'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출신 인사인 신충식 씨가 파격적으로 회장직에 올랐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 회장의 사퇴 시기가 농협중앙회와 농림수산식품부 간에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MOU)를 체결한 지 10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이러한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 노조 측은 정부가 보조금 지원을 이유로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 체결을 요구하고 농협 경영에 개입하려 한다며 MOU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내부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노조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철저히 계산된 농협 관치화 음모를 규탄한다"며 "정부관료 출신 퇴물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MOU는 즉각 백지화 하고 차기 농협금융지주회장 낙하산 인사 시도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또 "현재도 농식품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 5명이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농협과 농식품부간 노비문서와 다름없는 MOU가 체결된 만큼 얼마나 더 많은 낙하산 인사가 임명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 잡음과 차기 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둘러싸고 낙하산 및 관치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농협금융지주를 책임질 2대 회장으로 누가 선임될지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