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280억원 빚 떠넘긴 경찰 순찰차.

2007-10-10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경찰청이 노후한 112순찰차 교체를 위해 차량을 구입을 하는 과정에서 288억 7400만원에 달하는 누적 국가 채무가 발생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과정에서 지난 10년간 국회의 사전 의결 없이 예산을 사용하는 등‘편법 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경찰청이 국회의 예산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08년도 예산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경찰청은 예산을 관련 법령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할 것”과 “향후 국가 채무행위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라”며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지난 1997년 이후 경찰청은 매년 차량을 구입하며 자동차제조업체와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만을 일부 지불한 채 차량을 사용해왔다. 나머지 잔액은 국회에 의해 확정되지 않은 다음연도 이후의 예산으로 분할지급(통상 4년)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청은 차량 구매와 분할금 납부를 모두 치를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구매 예산을 초과해 순찰차 교체 작업을 계속하기 위한 차량 구매계약을 체결해왔다. 결국 매년 증가하는 분할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한 경찰청의 채무는 2007년 기준 288억 7400만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도 확보하지 않고, 마음대로 예산을 집행했던 것이다.


장정욱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예산이 아직 확보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을 미리 산 것”이라며 “일단 지출하면 국회에서 예산을 배정해 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한 것으로 정상적인 국가 예산 편성과 집행의 기본 절차를 어긴 국회 예산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으로 계약을 먼저 하고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얘기하는 식으로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겠다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기획예산처 한 관계자 역시 “소모품이 아닌 큰 금액이 소요되는 순찰차 같은 필수품을 분할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누적되는 채무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고 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운용차량의 노후화에 따라 차량 교체가 시급한 상황에서 자체 재정의 한계와 구매차량의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분할 지급 방식을 택해왔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박석희 가톨릭대(행정학) 교수는 이에 대해 “예산 부족, 재정 부족 등은 모든 부처에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라며 “기존 사업의 성과에 대한 고민과 평가없이 관행적으로 추진하다보면 당연히 예산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병진 예산분석관은 “경찰청이 사용 연한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등 노후화된 차량을 교체하겠다는 사업을 시작하며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정말 필요한 사업이라면 재정 투자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지출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무계획성이 결국 국가 채무 증가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