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86 수석엔지니어, "제네시스쿠페 많이 뜯어 봤다"

2012-06-18     유성용 기자

"86은 빨리 달리는 것보다 재밌는 드라이빙에 중점을 뒀다."

12년 만에 후륜구동 스포츠카 86을 다시금 내놓은 토요타의 출사표다.

최근 더 빨리 달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스포츠카 트랜드에서 벗어나 운전자와 차량의 교감을 통한 펀(fun) 드라이빙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5일 전남 영암 F1 서킷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는 일본 본사의 타다 테츠야 수석엔지니어가 참석해 86의 콘셉트 설명과 개발 과정에서의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날 그는 "포르쉐, 페라리 등 전 세계 유명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어느 순간부터 빠르게 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러다보니 차 값이 비싸졌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멘트로 86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86은 차량 본래의 매력인 '운전하는 즐거움. 새로운 운전 스킬의 향상'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아울러 토요타의 스포츠카 새 역사를 쓰는 차량이기도 하다. 토요타의 스포츠카 역사는 지난 2007년 MR-S 생산 종료로 일시중단 됐었다.

86이란 이름은 이 차의 형님격인 AE86에서 따왔으며 요타 하치나 2000GT, AE86, 토요타스포츠800 등 토요타의 역사 속 스포츠카들의 DNA를 계승해서 탄생했다.

일본 인기 만화 이니셜D에 등장하며 국내에 알려지기도 했다.

심장은 토요타의 차세대 직분사 시스템 D-4S와 스바루의 수평대향 박서엔진 기술이 결합된 '수평 대향 D-4S'가 탑재됐다. 주행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53대 47로 나뉜 차량의 앞뒤 무게 배분이 특징이다.

다음은 타다 테츠야 수석엔지니어링과 가진 일문일답

▲운전의 즐거움을 위한 엔진음을 개방했다는데, 폭스바겐 등과 차별점은?

-폭스바겐이 채택하고 있는 사운드 제네레이터는 전자식으로 만든 엔진음이다. 86은 운전자에게 엔진상태를 자연 상태로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파이프로 연결해서 실내에서 엔진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운전자가 더욱 정확하게 차량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드십타입이나 86보다 위급의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 계획 있는지?

-미드십타입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서킷에서 빠르게 달릴 수 있고 랩 타입을 줄이는 것은 운전을 잘하는 사람에게나 컨트롤이 쉬울 것이고, 드리프트 성능은 FR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86은 1초라도 빨리 달리기 보다는 운전자들이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한 것에 에너지를 쏟았다. 출력을 200마력으로 설정한 것도 한 이유다. 다소 낮은 마력은 가벼운 차체로 상쇄될 것으로 본다. 고성능 차량 출시에 대한 질문은 많이 받는다. 미래에 토요타가 3종류의 스포츠카 클래스를 갖추게 될 것인데 86은 그 중간급이 될 것이다.


▲국내 스포츠카로는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가 있다. 어떤 평가를 하고 있으며, 경쟁 모델이 있다면?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는 잘 알고 있다. 많이 뜯어 봤고 테스트도 많이 했다. 하지만 86과는 지향하는 점이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마력이 높은 엔진을 탑재해 가속이 좋은 차로 알고 있다. 86에는 핸들을 잡아 주행하는 맛을 느끼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경쟁 차는 없다. 86과 같은 지향점을 목표로 만들어진 차는 없는 것 같다.

▲스바루 BRZ와의 차이점?

-계획 단계에서는 똑같은 차를 만들고 엠블럼만 다르게 달려고 했었다. 하지만 최종적 판매 직전 단계에서 조금은 달라야 되지 않겠느냐는 스바루 측의 부탁을 받았다. 내장 인테리어와 외관 컬러, 프론트 범퍼가 조금 다르다. 쇽업쇼버 등 서스펜션 세팅도 다른 부분이다. 이는 토요타의 핸들링이 4륜구동의 FF 차량만 만들고 있는 스바루와 다르기 때문이다.

▲수평대향 엔진은 스바루의 아이덴티티다. 스바루가 더 부각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 개발 단계에서 어떤 협력을 했나?

-첫 기획에서는 스바루 엔진에 플랫폼도 똑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존 엔진으로는 스포츠카의 성능을 낼 수 없어 양사의 개발진이 모여 새로운 엔진을 만들게 됐다. 86에 탑재된 엔진은 스바루의 어떤 차량에 적용된 수평대향 엔진과도 구조가 다른 전 세계 하나 밖에 없는 심장이다.
엔진 위치 등 차량 전반 콘셉트와 내외관 디자인은 토요타가 주도해서 결정했고 이후 설계도와 테스트는 스바루가 실행했다. 프로토타입 도로 테스트는 양사에서 동시에 진행했다.

▲2007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데, 그간 토요타의 위기가 86 개발에 영향은 미치지 않았나?

-힘든 상황 수차례 겪으며 이 프로젝트를 그만둬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상황에 몇 차례 몰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86을 만들 때 상황과의 타협 등은 없었다. 토요타 아키오 사장 역시 "조금이라도 타협할 것 같으면 출시할 필요 없다. 그런 차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86은 기존 토요타 차량 대비 이례적으로 긴 5년의 개발기간 끝에 탄생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