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맛집탐방] 8색 삼겹살 여덟 개의 배역을 맡다
2007-10-11 뉴스관리자
그도 그럴 것이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이대 방면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만 봐도 수많은 음식점들과 카페들이 ‘어서 오세요!’하는 모습으로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출구만 다를 뿐 같은 신촌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강대 방면으로는 화려한 모습은커녕 한산하기까지 하다. 몇몇 체인점들이 보일 뿐, 딱히 독자적인 느낌의 맛집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 한두 달 전부터 신촌로터리와 서강대 중간 지점에 ‘8색삼겹살’을 내건 흰색 간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유난히 썰렁한 길목에 위치한 ‘토담골’은 전통적인 원목 느낌에 지하로 내려가게끔 되어 있는데 묘하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선택의 폭을 강조하는 8색 삼겹살의 문구와 입구에 붙어 있는 각종 드라마, 영화 캡처 사진은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토담골에서는 8가지 삼겹살을 판다. ‘된장삼겹살’ ‘과일삼겹살’ ‘커리삼겹살’ ‘불고기삼겹살’ ‘와인삼겹살’ 등을 파는데 그 중 제일 독특해 보이는 ‘커리삼겹살’은 삼겹살에 커리향이 배 독특한 향이 퍼지면서 맛있다.
‘과일삼겹살’도 추천할 만하다. 파인애플, 황도, 토마토즙 등에 잰 과일 삼겹살은 8색에서도 제일 부드럽다.
야채에 싸먹지 않고 고기만 넣고 음미하다 보면 과일의 상큼함이 은은하게 다가온다. 고기의 육질에 과일향이 가미된 맛이라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달짝지근하면서도 구수한 불고기 양념의 삼겹살과 허브삼겹살도 잘 나간다.
이곳에서는 서빙 하는 사람들이 낯설지 않다. 알고 보니 토담골 사장 강민서씨는 드라마 ‘신돈’에서 김 첨지 역을 맡았으며 ‘구세주’ ‘신입사원’ 등에 출연했던 탤런트다.
연예인 동료 이윤상씨, 허남일씨와 함께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모두 가게 상호가 적혀 있는 흰 티셔츠를 입고 손님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간다. 마치 민간인(?)처럼.
연예인 경력만큼 이 집이 꾸려진 이야기도 화려하다. 처음에는 장모님 가게를 물려받아 ‘민속주점’을 시작했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기를 다짐하며 열정 하나로 사방천지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고 그 결과 현재 ‘영주’에서 제일 맛있다는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매일 공수 받을 수 있었고 ‘청송 달기약수물’을 지인을 통해 매일 택배로 공급 받아 밥을 짓는다. 택배문화를 제대로 활용한 경우다.
그 노력이 전해졌는지 영화 ‘왕의남자’의 궁중음식 과 푸드스타일링을 연출한 김수진 원장을 만나 그에게서 콘셉트 설정과 레시피 제작에 많은 도움을 받아 ‘팔색삼겹살’이 탄생했다.
연예인이라 편하게 장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는 달리 손님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살피는 강민서 사장의 모습이 도회적인 이미지의 연예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에 충분했다.
출처:한겨레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