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아기 '골든베이비' 1년 생활비 3000만원

2007-10-11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유모차 가격 120만원, 유기농 기저귀 가격 45만원….


저출산 시대를 맞아 고가 수입 유아용품으로 아이를 치장하는 ‘골든베이비 명품맘’이 늘고 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유모차에 몇십만원짜리 옷과 기저귀를 입힌 아이를 태우고 다니는 ‘명품맘’을 보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은 일.

“한 철 입고 버릴 옷, 1년도 채 사용하지 못하는 유아용품에 수백만원씩 투자하는 것은 낭비일 뿐이지 그게 사랑이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명품맘은 “소중한 내 아이는 명품을 쓸 권리가 있다”며 아랑곳하지 않는다.


실제 골든베이비의 1년 살이에 들어간 비용은 3000만원이 넘는 반면, 일반 가정의 아이(실버베이비)에게 들어간 돈은 그의 4분의 1 수준인 800만원 정도다.


유아용품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유모차와 카시트 등 안전용품이다. 아이 안전과 이동 편의성을 고려해 편리하고 튼튼한 고가 수입 제품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100일이 갓 지난 딸을 키우고 있다는 서정미(여ㆍ28) 씨는 “수입품이 국산보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디자인까지 고려한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수입품을 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100만원이 넘는 ‘스토케(stokke)’ 유모차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산 ‘멕클라렌’을 직수입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제품에서 50만원 정도의 중상가 제품까지 판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젊은 부부가 기존 유명 제품뿐 아니라 이제는 유럽의‘이쿠(i'coo)’ 같은 새로운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유모차와 유아용 카시트가 각 135억원, 311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모차와 카시트뿐 아니라 의류, 액세서리에서도 골든베이비를 위한 명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명동의 한 백화점 버버리 매장에서 만난 정모(여ㆍ30) 씨는“내 아이에게 좋은 걸 입히고 싶은 것은 당연한 부모 마음”이라며 아이 옷을 고르고 있었다.


매장 직원에 따르면 40만원 가까운 코트에 상ㆍ하의 세트 가격이 20만원을 훌쩍 넘지만 꾸준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롯데 신세계 등 유명 백화점은 디올, 알마니, 버버리, 까사렐 등 수입 명품 브랜드 아동매장을 입점시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골든베이비를 위한 명품 바람은 최근 불기 시작한 ‘유기농’에 의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유기농 음료수, 유기농 과자, 유기농 기저귀까지. 호주에서 수입하고 있는 유기농 기저귀 한 세트 가격은 최저 45만원 선이지만 젊은 부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수입업자들은 “화학적 처리를 전혀 하지 않아 제조ㆍ가공 과정에 몇배의 공이 들어간다”며 일반 제품에 비해 최대 10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명품맘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명품맘의 골든베이비 ‘치장’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명품으로 치장한다고 사람도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명품 치장을 비판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사랑이 결국은 아이의 장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병적인 개인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것. 백일이 지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모(여ㆍ31) 씨는 “평소 아이에게 정을 듬뿍 주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가 고급 제품을 사주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현재 골든베이비가 주도하고 있는 키즈산업 규모는 2003년 10조원에서 꾸준히 성장해 작년에는 18조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증가해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남상욱ㆍ이정미 기자(kaka@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