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블랙아웃' 위기…전력소모 많은 철강업계 대비책 있나?
때이른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등하면서 어느 업종 보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업계에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고온에서 쇳물을 녹여 철강을 만드는 기업 특성상 단 몇 분만 정전되더라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정부가 전국적으로 정전대비훈련에 나서면서 블랙아웃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제철소는 고로방식과 전기로 방식이 있는데 고로는 석탄을 태워 쇳물을 녹이기 때문에 1년 365일 불을 꺼트리면 안된다. 반면 전기로는 전기를 이용해 열을 가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전력공급을 중단시킬 수 있어서, 순환가동으로 버티는 게 가능하다.
동국제강 등 전력사용량 100%를 한국전력에 의지하고 있는 업체들은 당장 비상전력으로 정전사태를 견딜 수 있지만, 전력공급 중단이 길어지면 비상전력에 의지해 전기로를 순환가동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행히 철강업계의 양대산맥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미 자가발전 및 비상발전기를 갖고 있어 블랙아웃이 발생하더라도 끄떡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제철소를 운영하면서 고로와 전기로 등을 병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연간 23만MWh(메가와트) 상당의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현대제철의 2배가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중 70%는 철강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등을 통해 자가발전으로 전기를 충당하는 상황. 나머지 30%는 한국전력으로부터 받는데, 연간 전기료만 5천500억~6천억원에 달한다.
포스코는 이마저도 자가발전 설비를 재조정하고, 비상시 중유를 구입해 자가발전을 하는 방향으로 한전에 의지하는 비중을 20%로 줄일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정부의 전기절감 시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발전용량을 증대시키며 다양한 에너지 절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자가발전으로 비상전력을 바로 받을 수 있다"며 "지난해 9.15 정전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은 고로도 있지만 철강업계에서 전기로가 가장 많은 업체다. 이 회사는 전기로 11개가 있고, 연간 전기료가 5천억원에 달한다.
현대제철은 정부가 내놓은 블랙아웃 단계별 대응책에 따를 예정으로, 비상 상황시 공장내 발전기를 돌려 초유의 사태를 방지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15일은 예비전력이 316만kWh(킬로와트)까지 내려가면서 공장가동이 멈추고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갇히는 등 한바탕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정부는 예비전력이 400만kWh 밑으로 내려가면 전압조정, 긴급절전 등을 단행키로 대책을 마련했다.
한편 정부는 21일 오후 2시 예비전력이 200만kW미만으로 내려갔다는 가상시나리오에 따라 사이렌을 울리고 TV.라디오로 비상경보에 나선다. 현재 전력 비상경보체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운영되는데, '경계'를 가정해서 연습한다는 것.
2시부터 2시10분까지 경계 단계로 사이렌을 울려 경각심을 알리고, 2시10분부터 20분까지 심각단계로 예비전력이 100만kW이하로 내려간 것을 가정해 계획단전에 들어간다. 2시20분에는 상황이 진정된다는 가정하에 전력공급을 원상복귀시킬 예정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