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장인수 vs 하이트 이남수, 숙명의 라이벌이 떴다

2012-06-22     정회진 기자

주류업계의 맞수가 드디어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지난달 하이트진로 국내 영업총괄 사장으로 임명된 이남수 사장(사진 오른쪽)과 지난 20일자로 오비맥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장인수 사장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전통의 소주 명가 진로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지만 상반되는 인생 역정을 보여줘 대조를 이루고 있다.


15년 만에 되찾은 맥주시장 1위를 지켜야 하는 장인수 사장과 뺏긴 자리를 탈환해야 하는 이남수 사장의 외나무 다리 승부에 주류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뿌리가 같다.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은 진로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계열사 대표이사를 거친 영업통이고, 이남수 하이트진로 사장은 공직에 있다가 진로에 입사하면서 주류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진로 출신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장 사장은 1955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대경상업고를 졸업하고 1980년 진로에 입사했다. 영업통으로 잔뼈가 굵은 장 사장은 2007년에는 하이트홀딩스의 자회사인 하이트주조 주정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고졸 출신의 신화로 일약 주목받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2010년 1월 하이트의 경쟁업체인 오비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로부터 불과 2년 뒤인 작년 말 오비맥주는 카스 돌풍과 함께 맥주시장에서 1위를 탈환했다. 장 사장은 그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 사장이 고졸신화를 쓴 데 비해 이남수 사장은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서울대 법대 졸업, 행정고시 19회 출신이라는 화려한 이력이 그를 수식한다.


이남수 사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서울시청 사무관으로 사회 첫 발을 내디뎠지만 우연히 장진호 전 진로 회장과 인연이 닿아 1989년 진로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이사로 재직하던 1995년 진로의 방만한 경영을 문제 삼다가 회사를 떠났고 13년이 지난 2008년 해외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다. 작년 9월에는 하이트진로 관리총괄 사장에 올랐다.


이력은 사뭇 다르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빠른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경영철학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닮아 있다.


장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혁신적이다. 그의 경영 스타일은 오비맥주 영업총괄 부사장을 맡았을 당시의 행적에서 잘 드러난다.


맥주업계에서는 매달 말이면 출고량을 늘리기 위해 제품을 대량으로 도매업체에 넘기는 관행이 만연했었다. 이로 인해 맥주 재고가 쌓여 신선도와 맛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장 사장은 출고량을 줄여 필요한 양만큼만 공급해 신선한 맥주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은 바로 성과로 이어져 작년 말 하이트맥주의 15년 아성을 무너뜨려 맥주시장 정상을 차지했다.

이 외에도 장 사장은 발로 뛰는 영업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올해 여름 성수기에도 기존 도매점과 소매점을 찾아가는 바닥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의 경영스타일은 소통과 스피드를 중시한다.

이 사장은 작년 9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통합법인이 출범될 당시 소통경영을 추구했다. 소통을 통해 서로 다른 조직 문화를 융합해 양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의지인 것.

소통경영의 일환으로 이 사장은 작년 말부터 직원들과 만나는 ‘CEO와의 데이트’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노래방, 스포츠, 영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많은 직원과 대화하고자 10명 내외의 소모임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조직 내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하는 'Let's 333운동' 캠페인으로 최근 한 달 사이에 평균 결재시간을 54시간에서 30시간으로 줄였다. 3개월 안에 8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등 속도경영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혁신을 꾀한 오비맥주 장인수 사장과 소통과 속도를 중시한 하이트진로 이남수 사장의 피할 수 없는 정면승부에서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은 오비맥주가 53.8%, 하이트진로가 46.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정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