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폭스바겐 박동훈 사장 '선구안' 빛났다
한국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2005년 국내에 공식 진출한 뒤 불과 5년 만에 BMW와 벤츠에 이어 수입차 시장 3위로 발돋움한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6천478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의 판매량(5천348대)를 1천 대 이상 넘어섰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이처럼 호성적을 낸 데는 한국 진출 첫해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박동훈 사장의 남다른 선구안이 한몫했다.
박 사장은 국내 진출 당시부터 의표를 찌르는 선택으로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를 단기간에 레벨업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한국 진출 당시 폭스바겐은 딱정벌레차로 널리 알려진 '비틀' 때문에 국내에서는 '독일의 국민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비틀을 개량한 '뉴 비틀'의 인지도가 워낙 높았던 탓에 이 모델이 국내에 가장 먼저 수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은 뉴 비틀이 아닌 1억원이 훌쩍 넘는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을 국내에 먼저 들여왔다.
이미 5년여 앞서 국내에 진출해 승승장구하고 있던 벤츠와 BMW에 맞불을 놓는 초강수였다. 고급 유럽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고자한 의도였다.
벤츠와 BMW와 맞먹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페이튼은 강남 부유층에서 인기를 끌며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일신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이에 힘입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주류에 끼어들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박 사장은 고가 전략에 올인하지 않았다. 페이튼이 국내 시장에 안착하자 이후 골프, 파사트, 티구안, CC 등 일명 판타스틱4로 불리는 실속형 디젤 차량을 들여와 돌풍을 이어갔다.
폭스바겐에서 시작된 디젤 열풍으로 작년 수입차 시장은 3대 중 1대꼴로 디젤차가 팔려나갔을 정도다. 그간 국내서 고급 가솔린 차량에 집중했던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들도 폭스바겐의 뒤를 이어 디젤 차량 경쟁에 가세할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실속 있는 독일 명차'라는 폭스바겐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졌고 이는 경기침체 속에서도 고속성장을 이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사장은 실속형 모델 도입과 함께 고객의 구매를 돕기 위해 가격 정책에도 공을 들였다. 이를 위해 박 사장은 독일 본사와 국내 딜러들과 마진을 줄이자는 협력을 이끌어 냈다.
상당수 수입차들이 국내 판매가격이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반면, 국내서 판매되는 골프나 시로코R 페이톤 등 주력 모델의 가격은 독일 현지보다 1천만원 이상 싸다.
박 사장의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진출 첫해 판매량이 1천635대 불과했지만 2010년 1만154대를 팔아 국내 진출 5년 만에 1만대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에는 22.5% 더 늘어난 1만2천436대를 팔았다.
올해 역시 5월까지 6천478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1.1%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박 사장은 최근 차를 더 많이 파는 것보다는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 데 힘을 기울고 있다.
평소 그는 "고객에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면 폭스바겐은 언제든지 국내서 5만대를 팔 자신이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고 한다.
그 승부수를 고객 서비스 만족도에 건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서비스센터 확충과 기술 인력 개발에 역량을 기울이는 등 앞으로 지속적인 네트워크 확충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하반기에는 미국형 파사트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박동훈 사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4년을 일했을 정도로 잔뼈가 굵다. 1989년 한진건설 볼보사업부에서 사업부장을 거쳐 기획실장을 지내면서 볼보를 수입차 1위에 올렸다.
2001년부터는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판매하던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을 역임하며 매년 100% 이상의 성장을 이끌었고,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CEO로 부임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