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둔 노인이 스포츠팀서 맹활약

2007-10-15     뉴스관리자
손자까지 두고 일선에서 은퇴한 미국의 50대가 37년만에 대학 풋볼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해 화제다.

14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환갑을 바라보는 59세인 마이크 플린트씨는 13일 저녁 열린 텍사스 루터대와의 경기에서 설로스 주립대 소속으로 배번 49번을 달고 라인백으로 출전, 자기 나이의 3분의 1 또래인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맹활약했고 설로스팀은 2차례 연장전 끝에 45-42로 승리했다.

성장한 세 자녀와 손자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플린트씨가 승리를 만끽하는 순간 텍사스 지역 신문과 주요 방송의 취재진은 플린트씨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그는 생후 20개월인 손자 콜린을 안고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했다.

사실 플린트씨는 리처드 닉슨이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인 37년 전만 해도 설로스 주립대 3학년이자 풋볼팀 주장으로 활동했으나 난투극의 주인공이 되면서 그토록 사랑하던 팀에서 쫓겨났고 이 사건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런 일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었다.

풋볼 선수로서의 자질은 훌륭했지만 인간적으로는 성숙치 않은 말썽꾸러기였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스포츠계에 계속 남아 텍사스 A&M대, 네브래스카대 등에서 근력 담당 코치로 근무했고 아내 아일린과 결혼 35년 기간에 세 자녀를 키웠다.

아직도 풋볼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버리지 않고 있던 그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은 불과 수개월 전.

대학 동참 모임에서 옛 일을 회상하던 그는 자신의 심중을 열어 보였고 이를 눈여겨 지켜보던 한 친구가 "아직 풋볼팀에서 뛸 수 있을 것 같다. 시도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옛 동료들은 팀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창피나 당하지 말라고 말했고 아내는 "웃기지 마라"며 콧방귀를 뀌었으나 그의 마음은 이미 필드에 가 있었다.

경영학 석사 과정에 등록한 그는 스티브 라이트 감독을 만나 "경기란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설득하며 자신의 복귀 의사를 전했고 대부분 이 대학 출신인 교수진들도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대학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며 그의 선수 기용을 추천하면서 마침내 플린트씨는 미대학스포츠협회(NCAA)에서 몇 안되는 노장 플레이어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대학 풋볼에서는 10년 전인 1997년 당시 60세의 에그거드 바레토씨가 오하이오주 애시랜드대학팀 소속으로 뛴 적이 있지만 바레토씨는 단 1번 출전했을 뿐이었다.

그가 복귀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인구 5천786명의 작은 마을이자 `텍사스의 알프스'로 알려진 알파인은 크게 술렁거렸다. 그는 최근 ESPN과 인터뷰하고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도 소개됐으며 은퇴자협회(AARP)도 소식지에 그의 활약상을 게재했다.

키 178cm, 몸무게 91kg에 피트니스에서 몸을 만들어온 그는 마음처럼 헬멧을 쓰고 젊은 이들과 맞서는 게 쉽지 않았고 부상까지 겹쳤으나 시즌 개막후 5게임 결장한 끝에 이날 `결코 작지않은' 복귀전을 훌륭하게 마쳤다.

그는 "혈기왕성할 때에는 건방져서 연습을 하찮은 것으로 여겼고 감독이 나를 성가시게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런 모든 것들을 싫어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꿈같은 이 시간이 얼마나 빨리 끝날 것인 지를 잘 알기에 모든 것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