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서약 하려면 우리 묘지로 오세요"
2007-10-15 뉴스관리자
15일 경남 마산시 구암동 국립3.15민주묘지 참배단에서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황진모(30)씨와 예비 신부 장현하(29)씨가 백년을 함께 할 사랑의 맹세를 이렇게 시작했다.
이처럼 국립 3.15민주묘지가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의 결혼서약식 명소로 뜨고 있다.
2005년 11월24일 당시 예비신랑 이부근(30)씨와 예비신부 박재순(32)씨가 1호 서약식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곳 민주묘지에서 결혼서약식을 가진 예비부부들만 공식.비공식적으로 총 10여쌍이다.
하지만 여전히 묘지라는 공간적인 선입견 때문에 아직 큰 인기몰이를 하지 않고 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어느 장소보다 의미있고 알찬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우선 국립묘지 앞 참배단에서 갖는 서약식이어서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에게는 자연스럽게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갖도록 한다.
수준높은 국립묘지 의전팀들의 안내 속에 치러지는 헌화와 분향, 결혼서약서 낭독, 기념품 증정, 각계 호국보훈 관계자들의 선물, 기념촬영도 세련되고 인정미가 넘친다.
하객이자 증인격인 마산보훈지청장, 3.15의거기념사업회장과 4.19민주혁명회 경남도지부, 4.19혁명희생자유족회 경남도지부장 등 국가보훈 관련 종사자들의 축하와 격려도 예비 신랑, 신부에게는 더 큰 책임감을 느끼기게 한다.
이날 서약식을 가진 예비신랑 황씨는 "국가유공자와 영령들 앞에서 엄숙히 서약한 만큼 더 열심히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부인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비신부 장씨도 "앞으로 살아가야할 날들을 생각하며 의미있고 뜻깊은 시간을 가졌으며 훗날 서로 좋지 않은 일이 있거나 싸우면 이곳에 찾아와 자연스럽게 화해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요즘 토.일요일 이곳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들의 야외 웨딩사진 촬영장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묘지 주변에 방문객들에게 쾌적하고 안락한 쉼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한식형 팔각정자와 목재데크로 만든 산책로도 갖춰 훨씬 더 쾌적해졌다.
문병태 국립 3.15민주묘지 관리소장은 "국민에게 다가가는 민주묘지를 만들기 위해 아름다움이 상존하는 조화로운 공간을 만들어 친근한 공원처럼 가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서약식 행사를 희망하는 예비 신랑,신부는 행사 4일전까지 국립 3.15민주묘지(☎055-256-3152, 253-9315)로 연락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