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둘러싼 '합병시나리오' 현실성 없어
2012-07-04 임민희 기자
소매금융이 강한 KB국민은행과 기업금융이 강한 우리은행이 합쳐질 경우 국내에서 '소매+기업금융' 분야의 절대강자로 부상할 수 있지만 독과점 논란과 대규모 인력․점포 구조조정에 따른 내부갈등, 노조의 강력반발 등 심각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아울러 국민-우리은행 합병시 70%에 달하는 중복영업점을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할지, 이를 산은금융이 수신기반 확보차원에서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껍데기' 만 인수하는 셈이어서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이 우리금융 민영화 연내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금융지주사들도 이해타산을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 인수전 향방의 핵심인물로 부상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아직까지 인수 참여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KB금융은 정부의 우리금융 연내 매각 의지가 높고, 우리금융이 타 지주사에 인수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시장지배력 문제 등을 고려해 미리 인수방안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반영하듯 어 회장은 '인수 불참' 기조에서 최근 '인수참여 검토'로 입장을 바꾸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분이 남는데 대한 주주반발과 이로 인한 대규모 주식매수권행사 가능성, 노조의 강력 반발 문제로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KB금융과 우리금융 합병시 중복영업점 일부를 산은금융이 인수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두 금융지주사가 합쳐지면 자산규모 750조원, 전체지점 2천120개, 직원수 3만7천명을 보유한 '메가뱅크(초대형은행)'가 탄생하게 되지만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중복영업점 비율이 70%에 달해 대대적인 점포-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영업점이 63개에 불과한 산은금융은 그간 개인금융 영업기반 확보를 위해 홍콩상하이은행(HSBC) 서울지점(11개) 인수 추진 등 지속적인 점포망 확대를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국민․우리은행의 중복점포를 인수하면 지점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라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산은금융이 국민․우리은행의 중복점포를 인수한다고 해도 내용물은 빠진 채 점포수만 늘릴 공산이 크다.
통매각의 경우 자산과 고유 고객, 영업권 프리미엄 등 일체를 파는 것이지만 일부 점포만 매각할 경우 국민․우리은행이 고유자산인 고객과 영업권을 내어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고객 역시 산은금융과 거래를 이어갈지도 미지수다.
더구나 국민.우리은행 중복영업점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지점을 통폐합할지, 몇명을 구조조정할지 등을 정하는데만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현정부 임기가 얼마남지 않은데다 내년 정권이 교체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나 산은금융 민영화 정책기조는 얼마든지 급변할 수 있다.
산은금융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 연내 기업공개(IPO, 상장)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복영업점 인수설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달 27일 우리금융 입찰제안서 접수가 마감되는 가운데 유력후보인 KB금융의 참여 여부 등 우리금융 인수전 향방에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