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기요금 할인제 존폐 논란 뜨거워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올려서 적자를 해소하려고 하기 보다는 전기요금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한전의 산업용 전기 위주의 요금인상 방안에 대해서는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기후변화포럼과 에너지시민연대, 전국경제인연합회 공동 주최로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기요금체계 토론회에서 각계 대표는 전기요금 인상의 방향과 방법을 높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대로 한계비용을 반영하려면 한국전력이 주장하는 13%가 아닌 30~40%를 올려야 한다"며 "요즘에는 낮과 밤 사이에 전력수요가 10~20배까지 차이날 수 있어서 시간대별 실시간요금제, 계절별 차등요금제 등을 도입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전기발전소(울진.고리원전단지)가 해안가 및 남부지방에 몰려 있어서, 수도권에 사는 사람은 송전비용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며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으로 오는 동안 송전설비가 있어야 하고, 그마저도 유실되는 전기량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수도권 소비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전기소비 억제를 위해서는 유류세 개선이 함께 이루져야 한다고 밝혔다.
석 위원은 "전력수요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유류세를 인상하면서 값 싼 전기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며 "전기요금과 동시에 유류세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 위원은 또 경기도에 집중된 영상음향ICT 산업의 전기소모가 과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기업들이 상용자가발전시설을 갖추게 해야 한다며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경기도의 전력사용량이 연평균 26.5%나 늘어난 것은 전통적으로 전기사용량이 많은 1차금속(16.5%) 석유화학(14.7%)보다 영상음향ICT업종이 배 이상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석 위원은 "영상음향ICT 업종이 경기도에 집중됐지만, 비상용 외에 상용 자가발전 없이 한전에 의지하면서 수도권 전력수급난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됐다"면서 "전기요금이 저렴하니까 자가발전을 두는 기업은 포스코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질타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한 술 더 떠 대기업에 대한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제도를 폐지하고, 산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산업발전을 위해 막대하게 전기요금을 할인해줬는데, 그만큼 산업체들이 재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대기업 할인으로 인한 손실액을 서민과 중소기업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홍 소장은 "최근 3년간 전기요금 할인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곳이 삼성전자(3천140억원 상당)인데,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5조원이 넘는다"며 "그 정도는 부담해줘도 되지 않냐"고 따졌다.
최규종 지식경제부 전력진흥과장, 조영철 국회예산정책처 공공기관평가과장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찬성했다.
한전의 부채금액이 2007년 21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2.3배나 증가했다며 산업계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을 철폐하고, 지역별 송전비용 원가 차이를 반영해 수도권 특혜를 축소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결코 저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상여부를 논의하기에 앞서 기존에 올린 전기료의 원가회수율 효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금인상에 따른 원가회수율은 1년이 기준인데, 한전이 1년도 되기 전에 전기요금인상을 밀어붙인다는 불만이다.
임 본부장은 "지난 10여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10차례에 걸쳐 61% 인상된 결과,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92.4%로 주택용의 84.7%보다 높다"며 "사업장까지의 전기 공급을 위한 철탑 등 건설 및 유지보수비도 부담하기 때문에 실제 원가회수율은 더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중석에 있던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농업용.주택용 전력의 투자성형은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왜 산업용만 따지느냐"며 "가뜩이나 철강업황이 부진한데 전기요금 인상으로 적자가 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전력은 조만간 한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13.2% 인상안이 무산됐지만 그 절반이라도 올리겠다는 태세다. 때문에 전력사용량이 많은 철강 IT업종 등은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