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전형 가전에 전기료 '함정'있다

전기료 절감효과 크지 않은데다 신제품 명분으로 구입가만 비싸

2012-07-06     이근 기자

전기 부족으로 전기소비에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절전형 가전제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특히 작년 8월  전기료가 평균 4.9% , 가정용 2%로 인상됐고  이달부터 다시 4~5% 인상될 것으로 보여 절전형 가전제품은 지금보다 더욱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업체들도 저마다 절전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운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절전형 가전제품이 무조건 경제적이라고 맹신할 경우 큰 코를 다칠 수도 있다. 전기료 절감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은데다 절전형 신제품이라는 명분으로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크게 비싸 되레 손해를 입기도 한다.


실제로 정격전력을 기본으로  전기세를 계산해본 결과 절전기능을 강화한 신제품과 구제품의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형 삼성 스마트에어컨 ‘AF-HQ153WCR(15평형)’의 정격전력은 1820W로, 매일 12시간씩 30일 동안 사용할 경우 월 소비전력은 655.2㎾h(24만4740원)다.  그러나 절전형 신제품이라는 업체측의 홍보가 무색하게 같은 평형의 2011년형 ‘AF-A152CHA’와 비교하면 정격전력은 1820W로 동일하다. 정격전력만을 놓고 본다면 작년 모델과 비교해 전기세 절감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더우기 2010년형에 비해서는 되레 전기 소비가 더 많다. 2010년형 하우젠 ‘AF-TS151ELAE’의 정격전력은 약 1670W로, 같은 사용시간을 대입하면 월 소비전력은 601.2㎾h(20만3570원)로 4만원 가량 되레 적다. 2012년형 제품과의 한 달간 소비전력 차이는 약 54㎾h로, 2010년형을 버리고 2012년 신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전기료로만 월 4만 1천170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더위가 피크일 때 짧은 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는 알뜰한 가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일 4시간씩 사용할 경우, 2012년형 제품의 월 소비전력은 218.4㎾h(2만5250원)다. 2010년형의 제품의 200.4㎾h(2만950원)으로 역시 4천300원 손해를 보게된다. 전기요금 누진세를 고려하면 금액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 좌측부터 삼성전자의 2012, 2011, 2010년 형 에어컨 제품

 


절전형 기능을 강조해 올 여름 에어컨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LG전자의 경우도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손연재를 앞세운 2012년형 휘센 ‘FQ165DLPW(15평형)’의 정격전력은 1840W로, 매일 12시간씩 사용할 경우 월 소비전력은 662.4㎾h(25만80원)다.


2011년형 휘센 ‘F-C153DEMWBW’의 추정정격전력은 1900W(2011년 제품은 정격전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전기를 꽤 먹는 제품으로 소문나 있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1900W 이상으로 추정된다). . 하루 12시간씩 한달 사용할 경우 684㎾h(26만6860원)를 소비하게돼 2012년형에 비해 1만6천780원이 비싸다.


하지만 1년만에 에어컨을 교체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다, 만약 교체를 할 경우 비용을 회수하는 데 약 150개월정도가 걸려 현실적으로 이득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2010년형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전기료 손해까지 보게된다.  2010년 형 휘센 ‘F-C182PBMWMW’은 1680W로, 같은 시간(하루12시간)을 대입하면 604.8㎾h(20만5850원)가 나온다. 신제품으로 교체했음에도 매달 4만5770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 좌측부터 LG전자의 2012, 2011, 2010년 형 에어컨 제품

 



업체 측은 전력소비 효율을 높인 신기술로 실제 소비전력은 그보다 더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 및 실외기 개선으로 더 멀리까지 바람을 보내고 빠른 시간내 온도를 낮춰주기 때문에 실제 사용시간이 적어진다는 것. 삼성전자 측은 “상황에 맞게 가동되는 스마트 인버터, 내부 개선으로 일반 제품 대비 89.5%까지 소비전력을 절감했기 때문에 쓰면 쓸수록 이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절전형 가전의 효과를 맹목적으로 믿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기요금을 조금씩 줄일 수 있다고 해도, 추가된 신기술로 인해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기 절전 분으로 오른 가격을 상쇄하기가 어렵다는 것. 더우기 가전제품 교체 주기가 갈수록 짧아져 총 사용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전기세 절감분으로 구입비용 상쇄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무턱대고 절전형 가전을 쓰기보다 평소의 에너지 절약 습관을 통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절전형 가전을 써도 전체 전력소모량이 많을 경우 누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가구 당 가전제품의 수가 많아지고 가전제품의 대형화 추세로 누진세가 부과되는 300㎾h 이상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며 “절전형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전체 전기 사용량이 많으면 전기료 절감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니 평소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근 기자]

 

 

▲ 전기 요금 계산 표 (출처- 한국전력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