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업계 이번엔 헛개차 '미투' 논란, 고질 관행 못벗나?

2012-07-05     윤주애 기자

음료업계가 최근 헛개차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미투' 논란이 일고 있다.

헛개차음료는 광동제약이 2010년 4월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후 CJ제일제당(헛개수), 한국인삼공사(헛개홍삼수), 롯데칠성음료(아침헛개) 등이 관련제품을 출시했다. 컨셉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템으로 볼때 후발주자들의 제품이 사실상 '미투'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투제품은 유행을 타는 경쟁 상품의 컨셉과 디자인 등을 유사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오리지널과 거의 똑같이 빼다 박는 짝퉁과는 조금 다르다.

5일 음료업계에 따르면 헛개차음료 시장은 업체가 경쟁적으로 광고홍보에 나서면서 지난해 300억원에서 올해는 1천억원 규모로 3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닐슨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CJ제일제당이 선두를 달리던 광동제약을 치고 올라와 50% 내외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음료업계 맏형인 롯데칠성음료도 아침헛개를 앞세워 5% 가량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 자연스럽게 광동제약은 시장점유율이 30~40%대로 낮아진 상황이다.

광동제약은 '비타500' '옥수수수염차'가 인기를 끌자 한때 수십종에 이르는 미투 제품들로 인해 시장에서 큰 혼란을 겪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비타민C' '옥수수수염차'가 함유된 음료를 내놓았던 것. 결국 성급한 미투제품들 중 다수에서 성분과 함량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한때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기도 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3년여의 연구 끝에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헛개차'를 출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아 연구진들이 매우 허탈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을 비롯해 후발업체들은 헛개 추출물이 들어간 것만 빼고 제품별로 컨셉이 다르기 때문에 미투제품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 식음료업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헛개차라는 카테고리에서 생각해야 할 일이지, 모든 회사들이 광동제약의 '남성들이 마시는 차'라는 컨셉을 차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식음료업계는 오래 전부터 특정 제품이 인기를 끌면 비슷한 제품을 내놓은 미투 관행이 반복돼 연구개발 의욕을 떨어뜨린 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993년 출시돼 식혜 시장을 형성한 '비락 식혜'는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바람에 제품 개발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위기를 맞은 뒤 관계사에 인수됐다.

2000년대에는 웅진식품이 '초록매실'을 히트시키자 음료 대기업들이 저렴한 가격과 탄탄한 유통망을 앞세운 미투제품을 잇따라 출시해 오리지널을 위협하기도 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좋은 제품을 개발하기 보다 단기적으로 매출 성과를 보여주는 데 급급하면서 미투제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해하는 일은 상도의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