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 김동연 사장 '뚝심' 통할까? 신약 슈펙트에 '희망'
일양약품 김동연 사장이 실적부진 속에서도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30% 넘게 감소한데다 올해도 약가인하로 인한 고전이 예상되지만 김 사장에게는 비장의 한 수가 있다. 그의 뚝심으로 탄생한 신약 '슈펙트'가 9월 1일 발매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당기순이익이 수십억원에 불과한 일양약품에서 무려 4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슈펙트를 개발하게 한 장본인이다.
신약개발은 10년 세월도 길다고 할 수 없는 장기 프로젝트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수장이 바뀌면 일이 엎어지거나 지체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양약품이 백혈병 치료제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사장의 뚝심이 주효했다.
김 사장은 제약업계에서도 몇 안 되는 연구소장 출신 경영인이다. 한양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아주대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받은 그는 일양약품에서 35년째 근무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09년 5월 부사장에서 일양약품 사장으로 승진했지만, 연구소장을 아직도 겸직하고 있다. 김 사장은 평소 "연구개발(R&D) 중심의 혁신형 제약사가 되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김 사장은 '연구통'답게 매출액 1천억원대인 중위권 제약업체로서는 이례적으로 신약을 2품목이나 개발해냈다.
이번에 개발한 '슈펙트'와 2008년 제14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항궤양제 '놀텍'이 그것.
놀텍은 그동안 한국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신약과 마찬가지로 다국적 제약사의 영업력에 밀려 별로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슈펙트'는 상황이 다르다고 김 사장은 자신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백혈병 시장규모는 연간 1천억원 규모로 노바티스의 '글리벡'이 독주하고 있다. 노바티스 외에도 2개 제약사가 백혈병 치료제를 내놨지만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김 사장은 정부와 약가협상 끝에 슈펙트의 1일 약값을 6만4천원으로 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글리벡 12만7천686원보다 47%가량 저렴한 금액이다.
월등한 가격경쟁력 때문에 슈펙트는 다른 신약 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은 국내시장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 애초부터 해외수출을 염두에 두고 '슈펙트'를 개발한 것.
우리나라보다 국민 1인당 GDP가 낮은 동남아시아는 백혈병치료제 비용만 한달에 1천만원에 달할 정도로 글리벡 약값이 비싸서 '슈펙트'가 출시되면 괄목적인 실적이 기대된다.
슈펙트가 성공을 거두면 실적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영업이익 37억9천만원, 순이익 13억8천만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도 영업이익 76억6천만원, 순이익 21억원에 비해 각각 50.5%, 34.3%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정부의 리베이트규제, 일괄약가인하 정책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올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일양약품은 슈펙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글리벡과 슈펙트의 약효를 비교하는 제3 임상시험만 완료되면 1차 치료제로 고성장이 기대된다"며 "벌써부터 환자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