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보험' '롯데증권' 도 나오나..롯데 금융왕국 꿈

2007-10-17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유통왕국’ 롯데그룹이 ‘금융왕국’으로의 발빠른 변신을 추진한다. 화학에 이어 금융을 그룹의 신수종사업으로 낙점한 것. 이는 ‘식품 중심의 제조업→호텔ㆍ백화점 등 상품유통→석유화학 등 장치산업→금융 서비스’ 등 그룹 주력사업의 변화로 풀이된다. 특히 풍부한 실탄을 쟁여둔 롯데가 금융을 그룹의 신수종사업으로 낙점함에 따라 향후 재계 판도에도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다가 금융은 신동빈 부회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일련의 금융사업으로의 진출 시도는 롯데쇼핑의 풍부한 유동자금의 효율적 운영뿐 아니라 유통과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부의 글로벌 진출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롯데의 ‘금융왕국’으로의 발빠른 변신은 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이양작업과 수순을 같이하는 한편, ‘글로벌 롯데’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M&A의 종착역은 금융=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인수ㆍ합병(M&A)을 통한 금융 부문의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캐피털과 카드에 한정됐던 금융창구를 보험과 자산운용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 최근 대한화재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끝마친 것도 이의 일환이라는 말이다. 롯데는 이번주 중 대한화재 인수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신 부회장의 최종 재가를 받을 예정이다. 롯데는 이에 앞서 LIG생명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발을 빼는 등 보험업 진출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다.


롯데는 이와 함께 자산운용업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기존의 자산운용사 인수를 검토했던 롯데는 가칭 ‘롯데에셋매니지먼트’ 설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롯데는 이를 위해 40~50여명의 전문인력 영입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금융왕국 꿈꾸나=이 같은 롯데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재계에선 롯데가 유통과 석유화학에서 금융으로 사업축을 옮기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당초 유통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되던 M&A의 방향타도 금융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의 ‘금융왕국’ 건설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신 부회장도 “자산운용 혹은 보험사업 진출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롯데의 금융 부문 강화는 신 부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담겨 있다. 신 부회장은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평소에도 “서비스산업은 돈이다. 계기가 되면 언제든 금융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지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그룹의 주력사업을 금융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 부회장은 1995년 일본 롯데에 적을 두고 있을 당시에도 부산할부금융 설립에 깊이 관여했으며, 97년 롯데 부회장으로 말을 갈아탄 뒤에도 줄곧 금융업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2년엔 동양카드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롯데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쇼핑을 중심으로 한 유통과 호남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장치산업을 통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수평ㆍ수직 계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석유화학의 경우 10년 주기설, 중국으로의 이전 등 대외환경이 변하면서 신수종사업의 방향타를 금융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부문 강화 포석 이유는=신 부회장의 이 같은 금융에 대한 애정은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화 외에도 두 가지 숨겨진 포석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은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한 기존 유통업체에서 나오는 풍부한 실탄에 대한 활용방안이다. 이와 함께 유통과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군의 글로벌화 전략과도 이해가 맞물린다. 금융을 통해 일으킨 레버리지를 기존 주력사업군의 해외 증시 상장이나 해외 시장 진출에 활용할 경우 안정적으로 글로벌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롯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쟁여둔 실탄을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쏟아부었지만 향후엔 어정쩡한 M&A보다는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더 큰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매업과 금융을 통한 현금의 선순환은 백화점 등 기존 사업군의 글로벌화 추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라며 “금융은 롯데 입장에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석희ㆍ안현태 기자(hanimom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