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가시' 속 조아제약 진짜 있네…네거티브마케팅 화제
한 제약회사가 최근 개봉된 영화 '연가시'에서 실명으로, 그것도 불법 리베이트를 일삼는 악덕 제약사로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는 조아제약.
이 회사는 영화 속 '연가시'를 퇴치하는 '윈다졸'이라는 약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등장한다. 윈다졸은 조아제약이 실제로 시판하고 있는 구충제 이름이다.
영화에 회사와 제품이 실명으로 등장했으니 홍보에 한 몫을 할 전망이다.
문제는 조아제약이 극중 불법을 일삼는 제약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조아제약 영업사원은 의사를 상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자사 제품을 지속적으로 처방해줄 것을 요청한다.
심지어 조아제약은 영화 속에서 '윈다졸'을 팔기 위해 사람들을 자살로 이끄는 기생충 '연가시'를 물에 푸는 악행을 저지른다.
이처럼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시나리오를 보고 조아제약은 실명 사용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회사를 알리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결단을 내렸다. 일종의 네거티브 마케팅인 셈이다.
조아제약 관계자는 "영화 제작사와 사전에 회의를 가졌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부정적인 뉘앙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명을 사용한 것은 자사가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았지만 기업인지도가 낮아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연간 매출액의 70%가량이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의사보다 약국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어 영화에서처럼 리베이트를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나머지 30%도 건강식품이 20%나 되고 전문약은 10%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도매업체에 납품하기 때문에 의사를 상대로 별도의 영업을 벌이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로 떳떳하기 때문에 '악역'을 맡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대신 무명에 가까운 중소업체가 전국에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이 용감한 선택을 가능하게 했다.
조아제약은 1988년 1월 약사 출신인 조원기 회장이 삼강제약사를 인수하면서 설립된 코스닥상장사다.
지난해 매출액 389억원, 영업이익 19억원으로 총 자산규모는 600억원대다. 이 회사는 올해 매출 400억~4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아제약은 사실 국내에서 1천여 개의 약국을 운영하는 약국체인 메디팜으로 더 유명하다. 조아제약은 메디팜 지분 58.9%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인 메디팜은 창업주인 조원기 회장의 장남 조성환 조아제약 사장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조 사장은 2002년부터 조아제약에 근무하며 2세 경영시대를 열었고, 메디팜에도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조아제약은 조원기 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17.53%)로 있으며, 장남 조성환 사장이 3.88%를 보유하고 나머지 78%가량은 소액주주들이 지분을 갖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윈다졸'은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편충, 아메리카 구충, 분선충의 감염이나 혼합감염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일반의약품이다.
그리고 연가시는 사마귀나 여치 등 곤충류에만 감염될 뿐 영화에서처럼 포유류인 개나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제약업계에서는 영화 속에서 실명을 사용해 회사와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회사는 조아제약이 처음이다.
일부 제약사가 드라마를 통해 노골적인 간접광고(PPL)로 논란이 된 적은 있지만, 영화 속에서 기업명과 제품명를 실명으로 사용한 사례는 거의 없다는 것.
외국의 경우 최근 헐리우드 영화 '러브앤드럭스'에서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제약이 전문약 '비아그라'를 간접 광고해 논란이 된 적은 있다.
국내에서는 인기드라마 '최고의 사랑'에 삼일제약의 근이완제 '제로정'이, '카인과 아벨'에 종근당의 진통제 '펜잘'이 상품명 노출도 빈축을 산 바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