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면?
하버드대의 교수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1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그의 강연은 엄청난 인파로 장소를 옮겨야 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툭하면 '공정한 사회'를 강조하면서 국정운영의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어느 새 ‘공정’은 최근 우리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그런데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을 쏙 빼놓은 기업평가를 해 빈축을 사고 있다.
부당 내부 거래가 많은 대기업 SI업체중 SK그룹 7개 계열사에 약 3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자회사인 SK C&C에 그룹차원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SK그룹은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SI업체의 내부 거래 현황을 분석해보면 SK C&C의 내부거래비율은 평균은 65.5%로 상위 8개 업체의 평균 73.5%를 밑돌았다.
내부거래액 역시 업계 1,2위인 삼성 SDS, LG CNS에 비해 적었다.
공정위는 이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내부거래뿐만 아니라 총수일가 지분 등 다양한 지표를 감안해 가장 혐의가 높은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 한화 S&C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씨 형제가 전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SK C&C의 오너 지분 비중은 48.5%(최태원 38%, 최기원 10.5%)로 과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기업 계열의 SI업체 가운데 SK C&C만 유독 계열사의 부당지원 받은 것도 아니고 오너 지분이 높은 것도 아닌 것이다.
더우기 산업계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당행위라면 1위 2위 업체를 먼저 조사하는게 그간의 관행이다. 이번엔 관행도 비켜갔다.
그렇다고 SK C&C의 일감몰아주기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SK그룹 계열사들은 SK C&C에 용역을 의뢰하면서 정부가 정한 용역단가 100%를 인정했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정부 단가의 절반 수준에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부당한 거래에대한 처벌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신력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의 평가기준이 애매모호하면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해당 기업로서는 표적수사라는 억울함에 처벌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조사대상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많은 부당한 로비 활동을 벌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한 사회’를 추구하는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그 근간은 공정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정위는 이번 SI업체에 대한 거래행위 적발에 불공정한 요소가 없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 시켜야 할 것이다.
더우기 다른 정부기관도 아니고 이름 그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아닌가?
공정위가 우리 사회를 진정한 공정 사회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희망해 본다.
[마이경제뉴스팀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강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