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NG생명·우리금융 인수 향방 관심 고조
2012-07-18 임민희 기자
특히 금융노조가 우리금융 졸속민영화 반대 등을 내걸고 이달 30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KB금융이 ING생명 인수에만 매진할지, 아니면 '우리금융 인수' 모험을 감행할지 금융계의 이목의 쏠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그간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해 ING생명 인수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해왔다.
금융계는 KB금융이 우리금융보다는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는 게 시너지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ING생명 노조도 외국계가 아닌 국내 금융회사로 피인수 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물론, KB금융이 이와 별개로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국민은행의 '소매금융'과 우리은행의 '기업금융'이 합쳐져 시너지를 낼 수 있지만 독과점 폐해와 대규모 점포․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단 KB금융이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취약점으로 꼽혔던 보험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생명과 5위권 자리를 놓고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사실 KB금융은 자산․수익구조상 90%에 육박하는 은행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보험․증권 등 비은행 부문 M&A를 추진, 오는 2013년까지 이익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3월 KB국민카드를 분사하고 KB투자증권(사장 노치용)과 KB선물을 합병한 바 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출범 1년 만에 시장점유율 2위권 진입과 체크카드 부문 전업계 카드사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KB투자증권과 KB생명보험은 여전히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KB금융이 ING 인수에 성공한다면 비은행 부문 확대작업에 한층 가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 증권사들이 실적악화를 겪으면서 머지않아 M&A 시장에 중소형 증권사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KB금융 입장에선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12월 결산법인으로 바뀌면서 4월 한달 동안 반짝 실적을 올렸을 뿐 5월부터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2011회계연도(2011.4~2012.3)에도 당기순이익이 직전회계연도(2조 8천037억원) 대비 19.2%(5천382억원) 하락한 2조 2천655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보였다.
만약 KB금융이 향후 증권사까지 인수에 성공한다면 지주사 가운데 순익 1위를 달리고 있는 신한금융과도 대적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비중이 5.5대 4.5 비율을 보이며 국내 지주사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ING생명 인수가격이 3조5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구나 외국계 보험사인 AIA생명도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 전체에 대한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면서 KB금융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 예비입찰 마감일(27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KB금융의 인수 참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KB금융은 아직까지 우리금융 인수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참여와 관련, "정부 지분은 1%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전제조건을 내걸었지만 "주주이익과 합병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며 참여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또 최근 KB금융이 우리금융 매각 주간사로부터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점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에서 우리금융지주 연내 매각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데다 우리-국민은행 노조에서 강력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은 사실상 KB금융 말고는 인수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KB금융이 참여한다면 인수전이 가시화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제로 참여할지는 27일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KB금융과 우리금융 합병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과거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사례처럼 지분 일부는 현금으로, 나머지는 상환우선주 배분방식으로 분할 인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KB금융이 ING생명과 우리금융을 모두 인수할 수 있는 자금여력이 되느냐를 따지기 보다는 시너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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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