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역사 삼환기업, 방만한 '2세 경영'으로 씁쓸한 '몰락'

2012-07-18     유성용 기자

삼환기업이 워크아웃을 추진하다가 갑자기 법정관리로 선회해 협력업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무책임한 행태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특히 창업주 2세인 최용권 회장은 방만경영으로 66년 전통의 1세대 건설사를 영락시켰다는 비난도 사고 있다.


삼환기업은 워크아웃을 신청한지 불과 닷새만인 지난 16일 기습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번 주 돌아오는 어음 120억원 가운데 70억원을 막지 못해 채권단에 300억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법정관리로 돌아선 것이다.


워크아웃의 경우 채권 금융기관의 채권만 유예되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의 상거래채권 등도 모두 채무유예와 탕감 대상에 포함된다. 워크아웃을 기다리고 있던 협력업체로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특히 최근 몇년간 이어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오너인 최 회장이 적극적인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회사를 방만하게 경영해 이같은 파국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회사 사정이 극도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최 회장은 자택에 칩거한 채 은둔 경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동성이 목을 조여오고 있었지만 자산매각등 과감한 혁신을 이끌지 못하고 사재출연등의 책임있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아 채권단의 불신을 자초했다는 전언이다.


삼환기업의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회사의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2천억원 규모의 소공동 부지 매각과 미분양 아파트 할인 매각 등을 실기해 상황이 악화됐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경주 용강동의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 매각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을 갚았지만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는데는 실패했다.


결국 유동성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지난 2일에서야 자산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밝혔지만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부실징후 기업에 해당하는 C등급을 피하지는 못했다.

작년 삼환기업은 영업손실 740억, 당기순손실 991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최악의 성적표다.

재무지표도 매년 급격히 악화됐다.


2007년 104%이던 부채비율이 작년 말에는 236%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171%에서 86%로 낮아졌으며 자기자본비율도 49%에서 30%로 감소했다. 자기자본 대비 차입금 비율도 100%에 달한다.

그 와중에 삼환기업은 각종 비리와 부패에 시달려야 했다.

올초 최 회장과 삼환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신민상호저축은행은 대주주 불법 대출과 당기순이익을 200억원 부풀려 자기자본비율을 부당하게 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작년 11월에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직원이 임의로 매각하는 횡령사고도 발생했다.

삼환기업은 최종환 명예회장(87)이 지난 1946년 삼환기업공사란 이름으로 창업했다.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최초로 중동시장에 진출했으며 2006년에는 대우건설 인수후보에도 거론됐을 정도로 60년 넘는 역사 동안 내실 있는 기업으로 정평이 높았다.

삼환기업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조선, 플라자, 신라호텔 등 유명 호텔을 잇달아 지었고 삼성그룹 태평로빌딩을 비롯해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우리은행, SC제일은행 본점 등을 시공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작년 삼환기업의 시공능력평가순위는 29위였다.


삼환기업은 1996년9월 창립 50주년과 동시에 최용권 회장 체제에 돌입했지만 2세 경영 16년 만에 법정관리로 내몰리고 말았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