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파격 금리 행보에 시중은행 '전전긍긍'
산업은행(은행장 겸 산은금융지주 회장 강만수)이 고금리의 온․오프라인 예금상품을 내놓은데 이어 최근에는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중은행들이 발칵 뒤집혔다.
시중은행들은 저금리 기조속에서도 예대금리(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등으로 막대한 이자이익을 챙겨왔지만 산업은행이 파격적인 금리를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그 불똥이 은행권 전체로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금리 예금상품'으로 주목을 받았던 산업은행이 이번에는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앞서 기업은행(은행장 조준희)이 내달 1일부터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현행 12%에서 10.5%로 내리고 연체대출의 최고금리도 13%에서 12%로 인하키로 한데 이어 산업은행도 대출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하면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간 ‘금리’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전국 지점의 예금수신(수시입출금 예금액) 급증 문제 해결을 위해 대출 금리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각 지점에서 필요한 수신액만 보유하고 여유자금을 대출과 유가증권 투자 등으로 돌려 대출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것으로 중소기업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말 무점포 'KDB 다이렉트'를 도입하고 연3.5%의 온라인 수시입출금 예금상품을 출시했다. 현재 'KDB 다이렉트' 총예수금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금리 연2.5%의 오프라인 수시입출금 예금상품 'KDB드림 어카운트'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일반 시중은행들의 수시입출금 예금금리가 연0.1~0.2%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25배 이상의 고금리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시중은행들은 '시장교란'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와달리 금융계에선 산업은행의 파격 금리행보가 '금리정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예대마진 차익으로 많은 수익을 내면서도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비올 때 우산을 뺏는' 사례가 적지 않아 빈축을 샀다.
더욱이 지난 18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에서 91일물 CD금리는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파생상품 기준금리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기업대출의 56.1%, 가계대출의 23.6%가 CD 금리에 연동돼 금리가 결정된다.
만약 대형 시중은행들의 CD금리 담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금융소비자들에게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막대한 수익을 누려왔고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도 자기들 편의대로 금리를 적용해왔음에도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의 금리조치에 대해 '사장교란' 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들부터가 금리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