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3세, 대한항공 지분 사고 또 사들이는 이유는?

2012-07-19     유성용 기자

한진가 오너 3세들이 최근 대한항공 지분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한진가 3세의 대한항공 지분 매입은 공교롭게도 회사 실적이 나쁠 때  반복된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를 통한 지분확대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통상 재벌가에서 후계구도를 굳히기 위해 주가가 하락했을 때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는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오너 일가가 책임경영 의지를 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금융감독원 공시자료(개별기준)에 따르면 대한항공에 근무 중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외아들 조원태 전무와 장녀 조현아 전무,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보는 지난달 말과 이달에 모두 5차례에 걸쳐 회사 지분을 사들였다.

세 사람은 지난달 26일 대한항공 주식을 각각 1천주씩 매입한데 이어, 27일에는 4천주씩, 29일에도 3천주씩 잇달아 사들였다.


이달 3일에도 각각 1천주를 샀고 4일에는 조현아 전무가 5천190주, 조원태 전무가 5천150주, 조현민 상무보가 5천140주를 매입했다.


왼쪽부터 조현아 전무,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보


한진가 3세들의 대한항공 지분 매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3월과 2011년 11월에도 이번과 비슷한 규모로 대한항공 주식을 사들였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들 3세들의 지분 매입이 대한항공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을 때 이뤄졌다는 점이다.


처음 지분을 매입한 2009년 3월은 대한항공이 직전 연도인 2008년에 9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을 했던 때였다. 당시 순손실은 1조9천424억원에 달했다.

3세들의 지분 매입에 나선 직후  대항항공은 1천3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 했다. 순손실도 989억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작년 9월 매입 시점에서도 대한항공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도 같은 기간의 1조477억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3천173억원에 그치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누적 순손실액은 3천649억원에 달했다.

공교롭게 이 때도 3세들의 지분 매입이 있은 뒤 대한항공은 4분기 순손실을 약 20억원으로 크게 줄이며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대항항공은 유가와 환율 때문에 1분기에 1천14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3세들이 거푸 대한항공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3세들의 지분 매입 후 대한항공은 일단 주가에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달 26일 지분 매입이 시작되기 전에 4만9천200원이었던 대한항공 주가는 이달 17일 5만1천300원으로 4.2% 정도 상승했다.


3세들의 잇단 지분매입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약세를 보일 때 2세나 3세가 지분을 높이는 것은 재벌가의 전형적인 후계구도 굳히기 포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진그룹 관계자는 "3세 경영인들이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3세 경영의 본격화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오너 3세이자 회사 임원으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주가가 1년 전에 비하면 제법 떨어져 있지만, 최근 3개월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를 노린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한진가 3세들이 아직 젊은데다 대한항공 지분 보유량도 미미해 '3세 경영'을 거론하기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조원태 전무와 조현아 전무는 0.12%, 조현민 상무보는 0.11%의 대한항공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