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AS정책, 국내 기준 따랐다더니...도루묵?
'한국 소비자 승리'는 섣부른 판단..예외조항 수두룩
'한국 소비자의 승리'라며 화제를 모았던 애플의 AS정책 변경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업그레이된 AS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개선됐다는 AS정책을 전혀 실감할 수없다'며 여전히 불만이 끓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아이폰에 한해 구입 후 최대 1개월까지는 리퍼폰이 아닌 신제품으로 교환해 준다고 규정을 변경했고 이어 4월에는 애플 전 제품(일반 PC 제외)에 대해 '부분 수리' 등 AS를 확대·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유리한 AS를 적용받게 된다'고 알려졌고 그동안 애플사의 리퍼비시 정책에 불만이 컸던 소비자들도 국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부분 수리' 등 한층 개선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AS를 받기 위해 애플 AS센터를 찾은 소비자들은 달라진 게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여전히 부분 수리를 받을 수 없는 것을 물론이고 품질보증기간 경과 이후와 이용자 과실일 경우 분쟁해결기준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AS정책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
애플 측는 '부분 수리'의 개념이 잘못 알려졌다는 입장이다. 부분 수리가 단순히 부품 교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모듈화된 부위에 대한 수리를 의미한다는 것.
소비자들은 “차 떼고 포 떼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AS정책이 대체 한국 소비자에게 어떤 혜택인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 '부분 수리'된다더니..."부품 수리 안돼니 그냥 버려"
2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에 사는 박 모(남.30세)씨는 지난 6월 아이폰4S 사용 중 상대방이 박 씨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증상으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
스피커폰으로 통화 할 경우 상대방에게 박 씨의 목소리가 전달되지만 일반 통화 시에는 상대방이 전혀 자신의 음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다행히 품질보증기간 중이라 수리를 위해 AS센터를 찾은 박 씨에게 직원은 “마이크 부품만 나오지 않는다”며 기기 전체 교체를 안내했다고. 부분 수리 불가 이유를 묻자 '회사 방침'이라는 짧은 답이 전부였다.
박 씨는 “100만원 가량되는 기기를 사서 고작 9개월 사용했는데 부품이 없어 무용지물을 만들어야 하다니 기가 찬다”며 황당해했다.
이에 대해 애플 코리아 관계자는 “품질보증기간 중 소비자 과실이 아니라면 무상수리가 가능하지만 마이크 고장은 대체로 침수, 즉 소비자 과실에 의한 경우가 많고 소비자 과실로 판정할 경우 부품수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함 모(남.39세)씨 역시 구매한 지 6개월 된 아이패드의 수리를 원했지만 불가 안내를 받았다.
홈 버튼이 약간 휘어지고 충전이 되지 않는 증상으로 AS센터를 방문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쓰는 터라 당연히 이용자 과실 부분을 인지한 함 씨는 유상 수리를 예상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AS센터 직원은 기기를 살펴보더니 “이거 수리가 안되니 그냥 버리라”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고.
함 씨는 “충전만 되면 정상 사용이 가능한 데 왜 무조건 폐기를 안내하느냐”며 이의를 제기하자 직원은 제품의 안정성을 거론하며 '소비자 과실의 경우 일대일 유상 교환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함 씨는 “애플 기기를 쓰는 사람들이 왜 사설업체를 찾아가는 지 알 것 같다”며 “결국 일대일 유상 교환인데 대체 무슨 서비스가 달라진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 코리아 관계자는 “단순히 충전 부위만 빼서 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배터리와 연결되어 있어 조금만 잘못했다가는 사고까지 날 수 있는 부분이라 일대일 교환처리를 안내했다”고 답했다.
◆ 국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으로 바꿨다더니... 입맛대로 골라 쓰기?
공정위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스마트 폰’ 항목에는 부품보유기간 이내에 수리용 부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거나 이 문제를 리퍼폰 교환으로 해결할 수도 없어 피해가 발생할 때의 해결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품질보증기간 이내에서 발생한 제품 하자일 경우 신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 소비자 고의 과실일 경우 유상수리에 해당하는 금액 징수 후 신품으로 교환하라는 것.
또 품질보증기간이 지났을 땐 정액감가상각한 잔여금에 구입가의 5%를 가산하여 환급해줄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아이패드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항목.
하지만 사례 속 박 씨는 신품 교환이나 구입가 환급을 받지 못했고 함 씨 역시 유상수리에 해당하는 금액을 내고 신품으로 교환받으라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 애플사의 규정에는 모두 '일대일 유상교환'이기 때문.
애플이 국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른 AS정책으로 변경했다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결국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벗어나는 예외조항이 너무 많은 것이다.
특히 '품질보증기간 이후'나 '소비자 과실에 따른 AS'의 경우 공정위 분쟁해결기준과는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애플 코리아 관계자는 “애플은 전 세계 동일한 AS정책을 갖고 있다. 이번 정책 변경 역시 한국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더 좋은 게 있으면 그것을 따르고 애플에 더 좋은 게 있으면 그것을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 좋은 것’의 명확한 기준을 묻자 즉답을 피했다.
공정위 약관심사과 관계자는 “현재 애플의 AS규정과 품질보증서 내용은 국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대로 바뀌었다”면서도 “품질보증기간 이후에 대해선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플 제품의 경우 물리적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부분이 있고 그에 대한 ‘리퍼’서비스를 국내 기준의 ‘수리’에 준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