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운영 AS센터 보내 고장 더 키웠어"

엉뚱한 진단으로 멀쩡한 제품 폐기 상황까지..."실수야~"

2012-07-26     조은지 기자

노트북 카메라등 IT기기 제조업체들이 운영하는 서비스센터의 비전문적이고 주먹구구식 서비스에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잘못된 진단으로 반복적인 수리를 진행하는 경우는 이미 흔한 상황. 최근에는 멀쩡한 제품에 '수리 불가' 판정을 내려 폐기 상황으로 몰아가는 기막힌 사례까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기기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소비자들의 경우 전문가의 진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뒤늦게 업체 측 과실임이 드러나더라도 '단순 실수', '교육 강화' 등의 형식적인 대응에 그칠 뿐  피해보상은 뒷전이다.소비자 분쟁해결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제조사 측이 '도의적인 책임'마저 외면한다면 시간적·정신적 피해는 물론 금전적 손실까지 소비자의 몫이 되는 것.

피해 소비자들은 “고쳐달라고 맡겼더니 되려 더 고장내놓고 실수라고 하면 끝인가?”, “사설업체도 아니고 직영AS센터나 협력업체의 진단조차 믿을 수 없다니...”, "‘업체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S/W 불량이라 환불 불가라더니 H/W 문제?

26일 경기도 오산시 금암동에 사는 심 모(남.39세)씨는 최근 구입한 노트북의 고장 원인을 두고 제조사 측과 갈등을 겪었다.

심 씨는 지난달 15일 오픈마켓에서 MSI 노트북 최신형 모델(GT780DS)을 175만여원에 구매했다.

3일 후 배송받은 노트북에 윈도우를 설치하려 했지만 ODD(CD를 넣는 곳)와 바이오스(컴퓨터 제어에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처리하는 프로그램) 등이 열리지 않은 증상으로 판매처로 교환을 요청했다.

제조사의 초기불량판정서가 필요하다는 판매처의 안내를 받고 MSI 측으로 노트북을 보냈다고. 며칠 후 AS센터 직원은 “바이오스 불량은 인정하지만 소프트웨어 불량은 교환사유가 아니다”라며 초기불량판정서 발급을 거절했다.

심 씨는 “구매 시부터 설치돼 나온 S/W의 문제인데 왜 한번 사용도 못해보고 수리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 도움을 청했다.

이에 대해 MSI 코리아 관계자는 “처음 소프트웨어 불량으로 판정서 발급 불가를 안내했으나 확인 결과 하드웨어 문제로 판명났다. 담당 직원들이 한국인들이 아니라 업무 전달 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다행히 초기불량판정서를 받아 환불처리를 받게 된 심 씨는 “하드웨어 불량이었다니...하마터면 불량 제품을 고쳐 쓸 뻔했다”며 황당해했다.

◆ '묻지마' AS센터, 다짜고짜 거절부터~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강 모(남)씨는 AS센터의 잘못된 안내로 멀쩡한 제품을 폐기한 뻔 했다며 기막혀했다.

강 씨는 약 4년 전 7만원 가량에 구입한 소니 블루투스 HBH-DS200 제품의 배터리 문제로 AS센터를 방문했다. 충전용 배터리 교체를 문의하자 AS센터 기사는 더 이상 부품이 나오지 않는다며 불가를 안내했다.

유상수리 등 다른 방법을 문의했지만 "방법이 전혀 없다"고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고.

강 씨는 "제품마다 품질보증기간이나 부품보유기간이 있는 걸로 안다. 구매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거절해 버리면 그냥 제품을 버리란 소리냐"며 억울해했다.

이에 대해 소니 코리아 관계자는 "이 모델은 2007년 공식 수입 판매됐던 제품으로 소비자보호법에 의한 부품보유기간이 5년이라 배터리 교환이 가능하다"며 "고객이 방문했던 서비스센터에서 잘못 응대한 것으로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고장난 CCTV, 덜렁 납땜하고 부품마저 분실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사는 강 모(남.39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3월 삼성테크윈의 CCTV 카메라 2대와 기타 부속장비를 약 100만원에 구매해 가정용으로 사용했다.

한달 후 카메라와 방향전환용 팬틸트 고장을 발견하고 내부를 확인한 강 씨는 팬틸트 기판의 배선 하나가 탄 것을 발견했다고. 직접 납땜 할 수도 있었지만 무상 AS기간이라 제조사 서비스센터로 보냈다. 팬틸트는 다시 협력업체 AS센터로 보내졌고 6만원이 수리비용이 청구됐다.

부품교체비가 과하다고 생각한 강 씨는 교체된 부품이 뭔지 확인 차 뜯어본 후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내부를 살펴봐도 기판의 탄 배선을 납땜한 것이 전부였고 심지어 나사 하나도 덜 부착된 채였던 것.

강 씨는 “무상 AS기간 중 부품비와 왕복 택배비를 내는 것도 억울한데 AS마저 엉망이라니... 삼성 제품이라 사후 서비스를 기대하며 구매했는데 이게 무슨 경우냐”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육안으로 확인이 힘들었을 뿐 부품 교체가 이뤄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나사가 하나 빠진 것은 협력 업체의 명백한 실수며 후속조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무상보증기간 중에도 고객과실 혹은 천재지변의 경우 AS비용 및 택배비는 고객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