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놀음'에 서민들은 피멍든다

2012-07-26     임민희 기자
"금융회사들의 탐욕이 도를 넘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비리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에서 '금리조작'이라는 대형폭탄이 터지면서 금융계는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졌다.

더구나 이를 규제․감독해야할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놀음'으로 서민과 중소기업들의 고혈을 짜내고 있을 때에도 수수방관만 했을 뿐이어서 '허술한 감독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인 선량한 고객들은 믿었던 은행에 배신당하고 금융당국의 '제 식구 감싸기식'의 소극적 대응에 또한번 상처를 받았다.

사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증권사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달 17, 18일 이틀간 19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였다는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금융계 내부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은행과 금융당국도 'CD금리 담합설'을 부인하며 오히려 공정위의 조사방식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지난 23일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감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한국은행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 8월부터 2011년 6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5.25%에서 3.25%로 2% 포인트 낮췄지만 시중은행들은 오히려 신규․연장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유동성 프리미엄' 항목을 신설하거나 목표이익률 상향 등의 수법으로 가산금리를 인상했다.

실제로 가계․기업의 이자부담은 금융위기 전과 비교해 기업 16조6천억원, 가계 3조8천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결국 은행들은 20조4천억원의 이자수익을 챙겼다.

또 은행들은 5일만 원리금을 늦게 갚아도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연체상환으로 신용등급을 회복시켜줘야 할 사유가 있는데도 은행연합회에 늦게 보고하거나 아예 알리지 않은 사례도 875건에 달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신용대출시 저학력자에게 낮은 등급을 매겨 대출을 거절하거나 더 많은 이자를 물렸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 사이에 1만4천138명이 저학력자라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됐고, 이 기간 동안 대출을 받은 15만1천648명 중 48.7%에 달하는 7만3천796명이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등급이 하락해 17억원의 이자를 더 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KB국민은행도 고객의 동의 없이 대출서류의 대출기간을 조작해 빈축을 산 것도 모자라 대출계약서의 서명과 대출금액을 위조했다는 주장이 추가로 제기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이 지난해 농협중앙회의 자체감사를 통해 확인된 '농․축협 CD금리 연동대출 금리 부당 수취 325억원'의 환급사안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무성의한 대처를 문제 삼기도 했다.

아직 핵심 현안인 은행권의 'CD금리 담합 의혹'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가산금리 부당이득 편취' 사실만으로도 국민적 지탄을 받기에 충분하다. 

현재 금융소비자단체와 민주통합당 등 정치권에서는 국정조사를 통해 CD금리 조작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은행들을 대상으로 '부당이익반환소송' 등 법적대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과 금융당국은 뒤늦게 CD금리를 대체할 방안 마련하고 주택담보대출과 관련, 장기고정금리 적격대출 출시에 나서며 분위기 쇄신에 나서고 있지만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은행과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만약, 시중은행이 예전처럼 말뿐인 사과나 사회공헌활동 등의 얄팍한 수법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국민적 공분만 살 수 있다. 부당이익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자진 환급하고 투명한 대출기준 등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금융회사 편들기'와 '밥그릇 챙기기식'의 행태를 고수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대대적인 인적․조직혁신과 독립된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 등의 진정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