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비상장사 잇단 합병, 왜?
대기업들이 오너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사를 흡수합병하는 사례가 잇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침을 우회하려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동양그룹, 동국제강 등이 잇달아 비상장사를 주력 계열사에 흡수합병하며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했다.
두산은 혼다자동차 딜러사업에서 철수한 DFMS(옛 두산모터스)를 11월 1일자로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동양그룹은 IT기업인 동양시스템즈에 미러스를 합병시켜 동양네트웍스를 출범시켰고, 동국제강그룹의 물류회사 인터지스는 비상장사인 해운업체 DK에스앤드를 흡수합병했다.
이같은 흡수합병을 통해 오너 일가는 현금화가 어려운 비상장주식을 상장주식으로 교환하는 한편 주력 계열사에 대한 보유 지분을 높이는 효과도 누리게 됐다.
또 흡수합병을 통해 내부거래 비율이 낮아져 과세부담을 더는 효과도 볼 수있을 전망이다.
두산은 DFMS를 1대0.0911668 비율로 합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DFMS지분을 100% 보유한 두산 오너 3~4세들에게 상장사인 두산의 신주 13만1천788주가 지급된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 14명은 이번 합병으로 178억원 상당(8월2일 두산 종가 13만5천원 기준)의 두산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DFMS는 올해 초 혼다자동차 딜러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시설, 미화, 보안 등의 건물관리용역 사업만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동현엔지니어링을 합병하고 두산모터스에서 DFMS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양시스템즈에 합병된 미러스는 MRO(기업소모성자재)업체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42.9%)씨와 네 자녀가 지분을 각각 14.3%씩 보유한 100% 개인회사다. 반면, 상장사인 동양시스템즈는 현 회장만 10.1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동양시스템즈와 미러스가 1대6.0123023으로, 지난 1일 신주 79만9천950주가 상장됐다.
이에 따라 동양시스템즈에 대한 현 회장의 지분율은 10.18%에서 8.49%로 낮아졌지만, 이혜경 씨와 자녀가 15.76%의 지분을 신규 취득함에 따라 전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24.25%로 크게 높아졌다.
동국제강그룹의 종합물류회사인 인터지스가 지난달 흡수합병한 DK에스앤드는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부인 남희정씨 등 오너 일가가 지분 90%를 보유한 비상장사다.
인터지스와 DK에스앤드는 1대4.332054 비율로 합병해 지난달 중순 신주 173만2천821주를 상장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40억원에 이른다. 이중 90%인 120억원 가량이 남희정씨를 비롯한 오너일가에 돌아간 셈이다.
인터지스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기업으로 동국제강, 유니온스틸과 함께 그룹의 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알짜 계열사다.
동국제강 오너 일가는 DK에스앤드 합병을 통해 특수관계인 지분 10.49%를 추가해 알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이같은 비상장사 흡수합병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경영효율화를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두산은 합병 배경으로 "경영효율성 증대와 계열사 편익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동양시스템즈도 "(미러스와의)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에 따른 외형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신규 비즈니스 진출을 위한 기반을 구축, 사업을 다각화해 나갈 것"이라고 합병이유를 설명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