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한화 태양광 사업...글로벌 기업 사냥 연달아
세계적인 태양광 사업 침체에도 불구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중국, 미국에 이어 독일의 태양광업체까지 연달아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M&A가 성사될 경우 한화그룹은 단번에 생산설비를 키워 세계 유수의 태양광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만,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부담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계열사 한화케미칼은 독일의 태양광업체 '큐셀(Q-cells)'의 인수전에서 최근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협상결과 발표할 계획이다.
내주 중으로 한화케미칼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경우 빠르면 9월 말께 인수절차가 끝날 전망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큐셀 인수협상과정에서 자사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르면 내주 중으로 인수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큐셀은 연간 1.1GW의 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셀·모듈 생산업체다. 지난 2008년에는 셀 생산 능력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큐셀은 지난해 유럽 금융위기, 독일 정부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 축소, 중국산보다 높은 모듈 제조원가 등으로 영업적자가 누적되면서 올해 4월 파산했다. 지난해 영업적자 규모는 8억4천600만유로(약 1조1천700억원)에 달했다.
한화케미칼의 자회사 한화솔라원은 셀과 모듈 생산규모가 각각 1.3GW, 1.5GW에 달한다. 이번에 큐셀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태양광 관련 제품 생산능력을 2GW 이상 확보하게 돼 세계 선두권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태양광업계는 모듈과 셀 생산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가격경쟁력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추세다. 선텍, JA솔라, 트리나솔라 등 메이저 태양광업체는 대부분 2~3GW의 생산능력을 갖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큐셀은 현재 독일에 R&D 본부와 생산 공장을 두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에도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된 셀은 최근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셀에 대해 적용하는 덤핑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미국 태양광 시장에 진출했지만 중국산 제품에 대한 덤핑규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김승연 회장은 이때문에 지난 5월부터 큐셀의 독일 본사와 말레이시아 공장에 100여명의 실무진을 파견해 실사를 진행하는 등 인수전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한화그룹은 태양광산업의 침체에도 불구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의지를 불태우고 있다.이미 최근 1~2년 사이에 그룹내 수직계열화도 완성했다.
한화케미칼은 태양전지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한화솔라원이 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을, 한화솔라에너지는 발전을 맡고 있다. 여기에 금융 계열사인 한화자산운용은 태양광 펀드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태양광사업을 위해 한화케미칼은 지난 2010년 8월 세계 7대 모듈생산업체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의 지분 49.99%(최대주주)를 4천30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그해 10월에는 미국의 태양광 벤처기업 ´1366테크놀로지´의 지분 6.4%도 인수했다.
또 지난해 3월엔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연구소 ´한화솔라아메리카´를 세웠다. 이어 4월에는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주체로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했고, 전라남도 여수에 1조원을 투자해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도 짓고 있다.
앞서 작년 9월에는 한화인터내셔널 미주법인이 주택용 태양광 발전 설비에 리스(Lease)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원루프에너지(OneRoof Energy)´ 지분 일부를 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화케미칼이 미국의 태양광 기술벤처기업인 ´크리스탈솔라(Crystal Solar)´ 지분 일부를 1천500만 달러에 사들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태양광업황이 침체되면서 인수한 기업들의 성적표가 그리 신통치는 않다.
한화솔라홀딩스는 지난해 75억원 상당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올 1분기 194억원의 순손실액을 기록해 적자경영으로 돌아섰다. 한화솔라에너지도 올 1분기 순손실액 8억5천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한화그룹에 편입된 크리스탈솔라는 올 1분기에만 8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손실 65억원에서 적자규모가 17억원 가량 확대된 것이다. 미국의 1366테크놀로지도 지난해 29억원 가량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 1분기 9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케미칼의 큐셀 인수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부채가 1조원이 넘는 회사를 수천억원에 인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화케미칼의 재무부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화케미칼은 2010년 말 100%가 넘던 유동비율이 올 1분기 90%를 밑돌면서 현금자산이 줄어든 상태다.
반면 부채비율은 2010년 말 133.5%에서 최근 150.2%로 악화됐다. 올 1분기말을 기준으로 한화케미칼의 현금보유금액은 8천억원 정도다.
증권가 관계자는 한화케미칼에 대해 "올 2분기 한화솔라원의 적자규모가 1분기보다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결국 큐셀을 얼마나 저렴하게 인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한화케미칼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5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동기(2천억원) 대비 74% 줄어든 것이지만, 올 1분기(320억원)보다는 61%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태양광사업에 명운을 걸다시피한 한화그룹의 몸집불리기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