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장소비자가' 업체 입맛대로 넣고 빼고?

'정부 권고' 1년 지났지만 예민한 상품 가격 표시 여전히 미흡

2012-08-17     이경주 기자

정부가 과자, 빙과류, 라면, 아이스크림류 등에 권장소비자가격(이하 권소가) 표시를 권고한지 1년이 지났지만 몽쉘통통, 브라보콘, 돼지바 같은 대표적인 서민 상품에 여전히 가격이 표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마이경제팀이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조사한 결과 롯데제과의 몽쉘통통, 크라운해태 브라보콘, 오리온 썬칩, 롯데삼강 구구콘, 빙그레 더위사냥 등에 여전히  권소가가  표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는 스파게티, 참깨라면 등 서민물가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라면품목에도 가격 표시를 하지 않았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해 7월 과자, 빙과류, 라면, 아이스크림류 등의 가격안정을 위해 권소가 표시를 해당업체들에게 권고한 바 있다.


  


제과업체 1위 롯데제과는  몽쉘통통과 설레임을 비롯 가나파이, 빈츠, 빼빼로, 찰떡파이, 팥빙수 등에 가격표시를 하지 않았다. 계열사인 롯데삼강도 구구콘, 돼지바, 수박바, 죠스바, 보석바 등에 가격표시가 빠졌다.


크라운해태는 장수 상품인 브라보콘을 비롯해 빅파이, 롱스, 바밤바, 쌍쌍바, 폴라포 등에 가격표시가 안됐고 오리온은 마켓오 시리즈와 썬칩, 오감자 등에 표시가 없었다.
 
농심은 감자칩인 칩포테토와 수미칩이, 빙그레는 더위사냥, 비비빅, 끌레도르가, 삼양은 사또밥, 짱구의 가격표시가 없었다.


특히, 오뚜기와 팔도는 소비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라면품목에도 가격표시를 하지 않았다. 오뚜기는 스파게티와 참깨라면을, 팔도는 남자라면이 가격표시가 빠졌다.


이들 품목들은 정부가 2010년 7월 과자, 라면, 빙과류, 아이스크림류에 오픈프라이스제를 적용하면서 가격표시를 하지 않게 됐었다.


당시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이들 품목의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제조업체가 상품가격을 결정하던 체제(권소가)를 유통업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오픈프라이스제로 바꿨다. 유통업체들의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잡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동일 아이스크림 가격이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에 따라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등 파행을 거듭해 정부는 2011년 8월 1년 만에 오픈프라이스제를 폐지했고 다시 이들 품목에 권소가표시를 권고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주요 제조업체들의 권소가표시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2010년 이전엔 모두 가격을 표시했던 품목들이다.


해당업체들은 권소가표시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권소가표시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회사 상황에 따라 맞춰 가는 면이 있다”며 “왠만한 상품들은 표시하고 있고, 안된 상품들은 점진적으로 해나갈 것이다”고 변론했다.


식품기준이 애매한 것도 해당업체들이 권소가표시를 회피하는 꼼수가 되고 있다.


롯데는 몽쉘통통, 빼빼로 등이 초콜릿가공품으로 과자류에 속하지 않아 정부 권고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소가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식약청에 따르면 초콜릿가공품의 정의는 ‘견과류, 캔디류, 비스킷류 등 식용가능한 식품에 초콜릿류를 혼합, 코팅, 충전 등의 방법으로 가공한 것’이며 초콜릿가공품은 과자류가 아닌 초콜릿류로 분류된다.


조금이라도 초콜릿이 함유되면 과자류에서 초콜릿류로 분류되기 때문에 몽쉘통통, 빼빼로, 가나파이, 빈츠, 찰떡파이 등은 모두 과자류가 아닌 초콜릿류가 된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식약청 식품기준으로 인해 초콜릿류로 분류되는 상품을 권소가표시 범주에 넣지 못하는 틈이 생겼다”며 “통상적으로 과자라고 봐도 무방한 초콜릿류 상품들에도 권소가표시를 하도록 검토하겠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업체들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권소가표시를 회피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면 시장논리침해 등 또 다른 논란이 생긴다"며 "현재는 점진적으로 계도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입장"고 밝혔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이들 품목의 권소가표시 여부 등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마이경제 뉴스팀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이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