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환기업, 100억원대 자금 횡령 직원 '뒷배'돼 준 이유는?

2012-08-21     유성용 기자

삼환기업이 100억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직원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처벌 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너 일가의 비자금 사건을 덮기 위해 회사 돈을 횡령한 직원을 감싸 안을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삼환기업에 근무했던 손 모 차장(42)은 지난해 10월 126억원 규모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7월6일 항소심 결과 형이 대폭 삭감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더 이상의 상고 없이 항소심으로 종료됐다.

그런데 최근 법원 판결문이 공개되면서 손 씨의 형량이 2심에서 크게 낮아진 이유가 드러났다.


삼환기업이 처벌 불원서를 제출한 것이 형량 삭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


손 씨를 직접 고소했던 삼환기업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태도를 바꾼 까닭은 그가 최용권 회장(사진)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오너 일가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손 씨는 송사 과정에서 최 회장 일가의 차명계좌 관리 내역을 폭로했다. 손 씨는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최회장이 여러개의 차명계좌를 운용하며 탈세는 물론 횡령 주가조작등의 불법행위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손 씨가 '최용권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회사의 유가증권을 팔아 투자하는 과정에서 횡령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비자금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손 씨는 1심 때는 자금 횡령이 개인비리라고 주장했다가 8년형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최 회장의 비자금 관리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을 바꿔 형량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손 씨가 최 회장 일가의 차명계좌와 비자금을 관리한 것이 사실로 인정됨에 따라 그 규모에 대해 갖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환기업이 오너 일가의 비자금을 폭로하고 10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직원을 감싼 것은 더 이상의 사태확산을 막기위한 꼬리자르기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 일가가 은닉한 자금 규모가 손 씨의 고발로 알려진 100억원대보다 훨씬 큰 규모이며 이를 덮기 위해 삼환기업이 손 씨와 합의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손 씨는 자신의 입으로 비자금을 폭로해놓고도 정작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는 굳게 입을 다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회사 측은 창업주이자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환 명예회장 때부터 내려온 개인자금이 비자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뿐, 회사 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삼환기업 노조 관계자는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고 처벌 불원서를 써준 것만 봐도 비자금을 덮기 위해 최 회장 일가가 지시를 내렸으리라는 사실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은 지난 1999년 7월 건설현장 노무비와 하도급공사 금액 등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10년간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노조는 차명계좌 역시 손 차장이 밝힌 15개가 아닌 25~26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이 사건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삼환기업이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최 회장이 사재출연을 거부하며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의 경우 채권 금융기관의 채권만 유예되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협력업체의 상거래채권 등도 모두 채무유예와 탕감 대상에 포함돼 협력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경영 부실로 회사를 파탄에 이르게 한 최 회장이 이번에는 직원의 횡령사건으로 불거진 비자금 문제 때문에 수사기관의 도마에 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