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이 새 폰으로 둔갑하는 사기 판매 기승

개통이력마저 세탁하는 깜쪽같은 수법에 소비자 피해 확산

2012-08-22     조은지 기자

일부 통신사 대리점들이 중고 휴대폰을 새 휴대폰으로 둔갑해 재판매하는 사기영업 행위가 끊이지 않아 휴대폰 구입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가개통이나 반품처리돼 개통이력 조회가 가능한 명백한 중고 기기부터 타인이 사용한 흔적(주소록·사진·동영상 등)은 있으나 개통 이력을 찾을 수 없어 전시용으로 추정되는 단말기까지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특히 전시용 단말기는 개통이력을 전혀 찾을 수 없는데다 판매점 측이 치밀하게 기기를 포맷해 사용 흔적을 지워버린 경우 꼼짝 없이 속는 수밖에 없는 상황. 뒤늦게 발견되는 기기 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심증 뿐 물증이 없어 어떤 조치도 받을 수 없다.

중고폰 사기 판매에대한 통신사들의 무대응도 문제다.  피해 발생 시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측은 대리점, 판매점 등 구매처에서 발생한 일로 통신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개통이력 조회 서비스 외엔 이렇다 할 정책이나 제도를 내놓지 못한 채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중고폰은 개통이력 조회 시스템으로 점검이 가능하지만 개통이력마저 없는 전시제품을 속여 파는 것은  사기행위이기 때문에  형법 상 다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봉인라벨 제거되고 엉뚱한 음성파일까지.."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어"

#사례1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사는 유 모(남)씨는 지난달 21일  아들에게 갤럭시S2를 사줬다.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아들은 지난해 10월 녹음된 전화통화 음성파일을 발견했다. 황당했던 유 씨는 통신사 고객센터로 문제를 제기해 대리점을 재방문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대리점을 방문한 유 씨는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를 써가며 중고폰을 판매했던 것이 아니라는 직원의 변명을 한참 들은 후에야 새 기기로 교체받을 수 있었다고.

하지만 유 씨는 "분명 파일명이 2011년 10월로 되어 있었고 아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내용이었다"고 기막혀했다.

#사례2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석정리에 사는 안 모(남.35세)씨 역시 올해 2월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간간히 중고폰이 판매된다는 정보를 접한 안 씨는 주문 시 “중고폰을 절대 보내지 말라”는 신신당부까지 잊지 않았다고.

하지만 배송된 제품을 확인한 안 씨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휴대폰 박스의 봉인라벨이 이미 뜯어져 있었고 스마트폰 앞뒤로 씌워져 있는 비닐에 먼지가 가득해 누가 봐도 중고품을 재포장한 게 확실해 보였다.

안 씨는 “판매점에 항의하자 ‘다른 소비자가 구입 후 바로 반품한 것으로 중고폰은 아니다’고 하더라. 반품된 물건을 재판매하는 것이 중고가 아니고 뭐냐”며 황당해했다.

#사례3 지난 6월 13일 판매점에서 와인폰4를 구매한 경기도 평택시 장당동에 사는 정 모(여)씨도 중고 휴대폰을 속아서 샀다는 의혹을 풀지 못하고 있다.

구매 후 한 달 가량 지난 7월 중순경 통화 중 갑자기 전원이 나갔다고.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해도 전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제조사 서비스센터에선 침수 흔적이 있으며 내부가 다 부식됐다는 황당을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정 씨는 이용하는 동안 휴대폰을 물에 빠트린 기억은 커녕 비를 맞은 적도 없었던 터라 내부가 부식될 정도의 침수흔적이라는 설명을 납득할 수 없었다고.

중고폰이라는 의혹에 통신사 고객센터 측에 개통이력을 조회해 봤지만 아무런 내용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 씨는 "침수 흔적이 있다면 분명 누군가 사용을 했다는 건데 어떤 증거 자료도 없어 옴팡 내 과실로 뒤집어 쓰게 생겼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중고폰, 새 휴대폰으로 둔갑해 사기 판매

휴대폰뿐만 아니라 모든 중고제품을 새 제품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며 사기에 해당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가개통 및 중고폰 속임수 판매 방지를 위해 ‘단말기 개통 이력 조회 서비스’를 시행했지만 ‘개통 이력 없는’ 중고폰 구매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 올해 접수된 중고폰 허위 판매 사례만 30여건이 넘는다.

피해 소비자들이 판매처에 중고폰 판매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 되레 바꿔주면 되지 않냐는 식의 뻔뻔한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

그나마 개통 이력이라도 조회되면 통신사 고객센터를 통해 대리점과 비교적 원만히 해결할 수 있지만 개통이력조차 없는 상황에서 타인의 주소록·사진·동영상 등이 발견된 경우엔 교환 및 환불을 받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통신사는 일선에 있는 판매점이나 대리점과 협의하라고  책임을 돌리고 결국 소비자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해결을 위한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명의변경이나  중고휴대폰으로 기기변경이 아닌 신규가입일 경우엔 판매점이나 대리점에서 단말기에 있는 고유 일련번호를 통해 개통이력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어 해결이 비교적 간단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