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외환은행, 시너지 효과 '글쎄'

2012-08-21     임민희 기자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가 외환은행(은행장 윤용로)을 인수한 지 6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비용 절감 및 수익개선 등의 시너지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지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부의영업권 등으로 올 상반기에 1조5천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2분기(4~6월) 순익이 2천251억원(전분기 대비 82.8% 감소)에 그치는 등 통합시너지 효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계는 하나금융이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해 당분간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하나·외환은행간 공동상품 출시 및 카드 가맹점망 공동이용 등에 따른 실질적인 수익시너지가 시현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2월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래 미래발전기획단을 주축으로 IT부문 통합과 리스크 분야, CIB(기업투자금융) 연계 시스템 구축 등 시너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간 가맹점망 공동이용과 양사의 대표상품인 하나SK카드와 2X카드를 교차 판매키로 했다. 또 외환은행과 하나대투증권 공동마케팅을 실시하고 하나HSBC생명보험의 상품을 외환은행에서도 판매 중이다.

아울러 하나·외환은행의 수신금리를 일치시키고 외화 수출입 창구를 외환은행으로 일원화해 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가계금융 및 프라이빗뱅킹(PB)에 강한 하나은행과 기업금융 및 외국환에 강한 외환은행의 장점을 십분 살리기 위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임직원간 교차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그룹 공동워크샵을 통해 시너지 가속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외환은행 인수 효과에 힘입어 올 상반기에만 1조5천399억원의 순익을 거둔 하나금융은 향후 3년간 시너지 효과가 1조1천576억원에 달할 것이란 자체 추산치를 내놨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로 'IT비용 절감' 효과가 총 4천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카드 영업통합 비용절감 및 해외 현지법인 통합으로 3천600억원, 외환카드와 가맹점 공동이용을 통해 952억원이 절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데다 비용절감이나 수익개선 효과가 얼마나 시현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하나금융이 2014년 초까지 외환은행 IT부문 통합을 추진하는데 대해 외환은행 노조 측이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내부갈등 해소도 변수로 남아 있다.

지난 2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보장과 5년경과 후 대등합병 원칙 적용 등에 합의한 바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SK·외환카드간 가맹점 공동이용 및 대표상품 교차판매, 외환은행서 하나생명보험 판매 등 시너지 가속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은 시너지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단계로 구체적인 수치를 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와의 불협화음이 불거지는데 대해 "노조합의서에서도 'IT통합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국내 중복 영업점 문제 역시 외환은행 점포를 없애지 않기로 하는 등 경영침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반면,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IT 사전통합 시도 등 일련의 현안들을 보면 하나금융에서 실체가 없는 '시너지'를 가지고 합의사항 파기를 위한 명분을 축척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진정한 시너지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각자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독립경영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며 "만약 하나금융이 몇몇의 이해관계 때문에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관련된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면 결국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계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간 시너지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구용욱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하나금융이 5년간은 외환은행 합병을 안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장 비용절감 효과를 내기 어렵고 수익시너지도 외환은행과 공동상품 개발 등을 통해 고객창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물론 사무용품 공동구매 비용과 고객관리 비용 등의 절감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