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트릭스 도입 '산 넘어 산'

2012-08-22     임민희 기자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가 '매트릭스 도입'을 놓고 고심 중이다.

내년 1월 기업투자금융(CIB)과 자산관리(WM) 분야의 사업부문제 도입을 공식화했지만 부문장(BU) 임명 및 권한 문제를 놓고 핵심자회사인 우리은행(은행장 이순우)이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데다 노조 역시 도입자체를 강력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우리금융은 '그룹의 시너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매트릭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은행 및 노조 측과 추가 협의에 나서면서 향후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국내금융지주사 가운데 하나금융지주(2008년)와 신한금융지주(2012년 1월)에 이어 세 번째로 매트릭스를 도입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7월 CIB와 WM 등 그룹사업부문제 도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해 그간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관련계열사, 우리은행 노동조합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했으나 이견을 보이면서 공식적으로 바뀐 도입안만 6차례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은 지난 7일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에 내년 1월 매트릭스 시행관련 최종 도입안을 보냈다.

주요 내용은 △CIB와 WM에 대한 사업부문제 도입 △각각의 사업부문장(우리은행 그룹장)은 지주사 전무 또는 부행장 선임 △부문장은 사업전략과 시너지전략, 리스크관리를, 자회사 CEO는 재무/예산, 인사권 부여 △사업부문 내 자회사 소속 임원 평가관리는 부문장과 자회사 CEO가 공동평가(50:50) 등이다.

하지만 부문장과 법인장(계열사 대표)간의 권한과 책임 불일치 문제, 지주회장의 자회사 지배력 확대 우려, 지주회장이 임명한 사업부문장(사용자성 불인정)에 대해 노조 측이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제기되면서 내부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에 이팔성 회장과 이순우 은행장은 지난 16일 긴급 면담을 갖고 사업부문제 도입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우리은행은 다음날인 17일 지주사 측에 '충분히 사전협의를 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매트릭스 도입은 지주회사의 장점을 살려 그룹시너지와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는 물론 소비자에게 포털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던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은 도입 전후와 비교해 영업이익과 순익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도입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등이 반대하는데 대해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1년이 넘도록 매트릭스 도입을 위해 자회사, 노조 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했고 상당부분 의견을 반영했다"면서도  "부분장은 부행장이 맡지만 엄연한 지주조직이기 때문에 지주회장이 임명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여전히 노조에서 반대하고 있는데 지주회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언제든 교섭상대가 될 수 있고 노조 측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대안도 가지고 있다"고 협상여지를 남겼다.

반면,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은행과 노조 모두 매트릭스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며 "지주사가 매트릭스를 시행하려면 지주, 은행, 증권사, 노동조합 등 4자간의 합의가 필요하고 은행규정에 따라 경영협의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있어야 통과가 되지만 노조에서는 절대 도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22일 오전 중에 임혁 노조위원장과 이팔성 회장, 위원장과 이순우 행장과 각각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16일에 있었던 회장과 은행장의 면담에서 매트릭스 도입에 의견절충을 했다는 게 사실인지 진위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