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 다르고 속 다른 여행상품 가격, '낚싯밥' 주의
최저가 혹해 클릭하면 2~4배 가격...이미 마감된 상품이기도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사는 구 모(여)씨는 보라카이로 여름휴가를 떠나기 위해 모두투어 홈페이지를 방문해 패키지여행 상품을 비교해봤다.
패키지코너를 살펴보던 구 씨의 눈에 들어온 것은 39만9천원이라는 파격적인 금액. 횡재한 기분에 다락같이 상품을 클릭해 들어갔지만 실제 안내된 상품의 가격은 100만원대가 넘는 상품들 뿐이었다.
39만9천원의 상품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어 처음 페이지로 나와 다시 상품 가격을 살펴보니 39만9천원~184만9천원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다시 상품 페이지를 들어가 힘들게 39만9천원의 상품을 찾았지만 8월 중 일정은 이미 ‘예약마감’이었다.
구 씨는 “이미 예약이 마감된 금액을 내걸어놓은 업체 측에게 속은 기분이 들어 불쾌했다. 물론 몇 만원 더 주고 다른 상품을 이용하거나 다른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면 되지만 괜한 시간을 낭비하게 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이 모(남)씨 역시 여름휴가차 해외여행을 알아보다 기분이 상했다.
이 씨는 하나투어의 괌 패키지여행 상품 중 59만9천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발견해 해당 상품을 클릭했다. 하지만 8월 상품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은 74만9천원으로 처음 본 금액보다 15만원이 비쌌다.
혹시나 싶어 9월로 넘어가봤지만 9월 역시 64만9천원이 가장 저렴했다. 결국 이 씨는 10월에 가서야 59만9천원 상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씨는 “10월 상품 가격을 대표가격인 것 마냥 공시해 놓다니 어이가 없다. 한창 여름휴가철인 시기에 10월 상품 금액을 걸어높은 것은 엄연한 낚시질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대한 업체들의 변명도 가지각색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최저가 상품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으로 조기매진 되곤 한다. 하지만 출발 전까지 취소가 빈번하여 마감이 되어도 웹상에 걸어놓고 있다.. 100% 입금이 완료되면 웹상에서 정리가 된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워낙 상품이 많고 다양해서 일일이 가격을 노출할 수 없어 최저가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고 클릭하면 가격 확인이 가능하다”며 “또 다른 방법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소비자 편의성 및 상품의 다양성 때문에 현재의 시스템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29만9천원, 39만9천원 등 저렴한 상품가격을 확인한 후 클릭해 보면 상세페이지에는 2~4배가 넘는 고가의 상품들만 줄줄이 이어진다.
최저가로 기록된 상품은 한달이나 두달 뒤에 일정에서나 겨우 찾을 수 있고 그것마저 '예약 마감' 상태가 대부분.결국 홈페이지에 기재된 금액이 ‘낚시’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항공사, 숙박시설, 식사, 행사 옵션 사항들에 따라 너무나 많은 일정이 나눠져 있어 비교 선택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들은 “여름휴가 시즌 가격인줄 알고 상품을 찾아봤더니 최저가 상품은 9월, 10월에나 있더라. 허탈해서...”, “이미 예약마감된 상품의 금액을 수정하지 않고 내거는 건 명백한 ‘낚시’”, “동일한 출발일자에도 10개가 넘는 상품들이 줄줄이 있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여행사들의 상품가격 안내 방식에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 최고가-최저가 가격차액 '하늘과 땅'
업체별 최저가가 노출된 상품에서 최대-최저 상품 금액차를 확인해본 결과 업계 1,2위를 다투는 업체들을 제치고 한진관광 홈페이지의 여행 상품의 차액 차이가 가장 적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한진관광등 4개사 공식홈페이지에서 9월 출발하는 여행상품들 중 동남아 인기 여행지인 필리핀 세부로 떠나는 각 업체별 '최저가 상품'을 기준으로 노출되는 금액과 날짜별 숙소별 항공기별 변수가 있는 최대 금액 차를 비교해봤다.
최저가 34만9천원을 상품 가격으로 내 건 하나투어의 최고가 상품은 159만9천원으로 차액 125만원으로 가장 큰 폭의 가격차를 보였다.
모두투어가 뒤를 이어 최저가 29만9천원으로 상품 가격을 노출하고 있었으나 최고가 141만9천원으로 112만원의 차액을 나타냈다.
롯데관광은 최저가 39만9천원 최고가 44만9천원으로 5만원의 상당히 낮은 차액을 보였고 4개 업체들 중 유일하게 잔여석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공개하고 있었다.
한진관광은 59만9천원의 가격이 필리핀 세부 상품 중 가장 저렴했다. 타 업체와 달리 단일 가격으로 출발일자와 관계 없이 상품 가격이 같았다. 물론 비교 대상이 아니었던 8월과 10월 등 다른 날짜에는 차액이 발생했지만 5만원 내외로 근소했다.
뿐만 아니라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같은 일정인 하나의 상품에서도 숙소별, 항공기별, 옵션 등에 따라 금액 차가 다른 상품이 많아 여행 경험이 적은 소비자들이 선택하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동일한 출발일자에도 가격이 다른 상품이 10여개가 넘어 제품을 비교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 롯데관광과 한진관광은 사전에 '알뜰', '정통', '실속', '품격' 등으로 카테고리를 세분화 해 목적에 따라 상품을 검색하고 원하는 리조트 별로 상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진관광 관계자는 “당사 홈페이지는 고객이 직접 눈으로 날짜와 항공, 호텔 등 조건별 가격을 한 눈에 확인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물론 상품 가격은 시즌별 조건별로 다르지만 정직하게 가격을 공개하고 일체 조정행위 없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예를 들어 값 싼 패키지 상품의 경우 숙박, 식사의 질이 다소 떨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사항도 상담 시 반드시 사전 공지한다. 가격과 조건을 솔직하게 고지하여 고객이 선택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