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대우일렉 인수, '승자의 저주'없을까?

2012-08-30     윤주애 기자

동부그룹이 김준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나선 데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전자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반도체에서 소비자가전에 이르는 사업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된다.


반면 동부그룹이 최근 3년간 쉬지 않고 기업인수에 나섰다. 가뜩이나 부채비율이 높은 가운데 최근 경기불황 등으로 주력 계열사의 실적부진이 겹쳐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가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23일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업계 3위 기업인 대우일렉트로닉스를 3천7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상태다.


전체 인수금액 중 51%는 계열사를 통해서,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해 조달할 계획이다. 이로써 동부그룹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금액은 1천800억~1천900억원 정도다.


30일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동부증권 등 동부그룹의 상장 계열사 8곳의 반기(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지난 6월 말 현재 1조7천억원 상당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금융권인 동부화재해상보험(1조2천385억원), 동부증권(1천625억원)을 제외하더라도 2천782억원이 남는다. 단순 계산으로는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기에 부족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위해선 추가자금 확보가 요구된다.


동부그룹의 재무구조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동부그룹 상장 계열사 8곳의 총 자산규모는 34조2천억원이 넘지만 이 가운데 부채가 28조7천억원으로 84%에 달한다.


8개 상장계열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471%에 이른다. 업종 특성상 부채비율이 많을 수밖에 없는 금융부문을 제외하더라도 6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239%가 넘는다.


동부그룹은 인수자금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사재까지 출연하는 등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의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동부하이텍, 동부건설 등에 사재를 출연한 적이 있다.


동부그룹을 이끄는 김 회장과 부인 김정희 여사는 대략 4천2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일찌감치 장남 남호씨와 장녀 주원씨에게 지분을 넘겨 이들 2세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이보다 더 큰 6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인수자금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미지수다.


동부그룹은 2002년 아남반도체(현 동부하이텍)를 인수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진출했고, 이후 전자재료(동부CNI), LED(동부LED.동부라이텍), 산업.서비스 로봇(동부로봇) 등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전자사업을 확대했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들이 제조업체간 부품 등을 대는 B2B 영역이어서 소비재사업은 부진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해외에서는 이름값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전자기업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의중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자가전을 추가해 전자사업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전략 자체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동부그룹 지배구조에서 제조업분야 지주회사로 꼽히는 동부CNI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품을 경우 매출 규모가 지난해 5천억원에서 단숨에 2조원대로 도약하게 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문제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후 시너지효과가 발휘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최근 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하이텍 등 동부그룹 산하의 주요 제조업체들이 실적 부진에 빠져 있어 자칫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따른 자금경색이 숨통을 조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동부건설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63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천억원에 비해 37% 감소했다. 동부제철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572억원에서 올해 96억원으로 83% 이상 축소됐다. 게다가 동부제철은 올해 순손실액 767억원으로 지난해(54억원)보다 적자규모가 심화됐다.

동부하이텍은 예전보다 적자규모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올 상반기 순손실 규모가 지난해 동기대비 2배 수준인 236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동부그룹이 사방에 벌려 놓은 사업이 많다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지난해 동부그룹은 지금의 동부팜(농산물 유통), 동부팜가야(음료), 세실(해충 방제) 등을 인수하며 농업 및 건강사업에 손을 뻗쳤다. 앞서 2010년 6월에는 동부하이텍에서 반도체 사업과 병행했던 농업부문을 분리시켜 지금의 동부팜한농을 신설하기도 했다.


또 김 회장의 고향인 강원도 삼척에는 앞으로 10년간 14조원을 투입해 화력발전소도 지을 계획이다. 지금은 업황부진으로 답보상태에 빠졌지만 태양광사업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와 실적부진이라는 악재를 딛고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수 인수를 계획대로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