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저축은행 연계대출 시행 임박, 실효성은 '글쎄'
2012-08-31 임민희 기자
금융당국은 조만간 은행-저축은행간 연계대출 시행관련 세부방안을 마무리 짓고 각 은행에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은행 및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저축은행과의 연계대출 시너지를 통한 영업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저축은행간 연계대출이 본격화되면서 서민금융지원 활성화와 은행 수익성 제고에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해선 금융위원회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은행-저축은행간 연계대출세부사안에 대한 의견조율을 상당부문 끝내 다음 주 초에는 본격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당초 7월 시행을 목표로 했으나 은행이나 연계대출 하는 저축은행들이 추가적인 리스크가 뭐가 있는지,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지 등을 고려하다 보니 시간이 좀 지체됐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지주사의 계열저축은행 몰아주기 우려에 대해 "연계대출 시행에 대해 일부 우려가 제기됐지만 일반 저축은행들도 신규로 불이익을 받거나 영업 손실 등의 피해가 없다고 공감했다"고 일축했다.
금융위는 지난 6월 저축은행과 은행이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은행 창구에서 저축은행 대출상품을 직접 안내하는 등 대출모집 업무를 대행하는 '연계대출'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따른 영업침체 지속과 서민금융 공백 확대를 막기 위한 후속대책의 일환이었다.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자회사인 은행 등과 금융상품 판매위탁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비지주계열 저축은행은 다른 은행과 업무제휴(MOU)를 통해 대출 모집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 또 저축은행 영업구역 기준으로 '동일 영업구역 내' 은행(점포)과 저축은행간 연계대출이 가능하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저축은행과의 대출연계 및 상품개발 작업 등에 착수한 상태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30일 서울지역 소재의 한신·동부저축은행과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저축은행 연계대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데 이어 31일에도 부산지역에 있는 솔브레인 저축은행과 연계대출 업무협약을 맺었다. 향후에도 몇몇 저축은행과 추가로 MOU를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시너지지원부 관계자는 "아직 금융당국의 정확한 지침이 나오지 않아 우선 큰 방향에서 양사간의 연계영업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며 "자회사인 신한저축은행과는 별도의 MOU를 맺지 않아도 돼 간단한 대출상품 소개 정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계대출 효과에 대해 "금융당국의 지침이 나오면 프로세스 추가 정립과 전산개발 등으로 본격 개시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일반적으로 모집인을 통해 대출상품에 가입할 경우 5%의 비싼 수수료를 내야하나 연계대출이 허용돼 은행을 통하면 좀 더 저렴하게 할 수 있어 서민금융이 활성화 될 수 있으나 이를 통해 은행이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일단 자회사인 KB저축은행과 연계대출을 하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끝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의 연계대출 세부방안이 나오면 이를 반영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은행은 지주사 차원에서 각각 솔로몬저축은행(6개 지점)과 한국저축은행(10개 지점) 인수를 추진 중인데다 금융당국의 연계영업 승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진행하기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는 다음달 5일 정례회의에서 우리금융, 하나금융, J트러스트와 예금보험공사간의 각각 솔로몬, 한국, 미래저축은행에 대한 계약이전 인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에서 아직까지 저축은행 연계대출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금융위 인가가 나와야 영업재계 시점과 유상증자 문제도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조만간 한국저축은행 인수를 마무리 짓고 9월 초·중순쯤 ‘하나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연계대출 문제를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금융당국 승인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저축은행간 연계대출 시행으로 저축은행의 영업력 강화, 대출중개수수료(현 7% 내외) 인하로 고비용 영업구조 개선, 서민들의 대부업·사금융 수요 해소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을 인수했던 금융지주사들이 자산건전성 작업으로 아직까지 신상품 개발 등의 속도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단순한 연계대출로 큰 실익이 없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적극성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신한금융 외에는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저축은행 외에 다른 곳과는 연계영업을 검토하고 있지 않아 '계열사 몰아주기'로 인한 비지주사 저축은행들의 영업력 저하 우려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