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 회장 "왜 이리 다 꼬이지" ..악재만 첩첩

2012-09-11     임민희 기자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사진)이 상반기 실적급감과 홍콩상하이은행(HSBC) 인수 무산, 기업공개(IPO) 불발 위기 등 잇따른 악재로 고심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해 3월 '현정부 실세' 'MB노믹스 입안자'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뒤로하고 산은금융지주 수장을 맡아 민영화 추진을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였지만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현안들이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거나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만수 회장이 산은금융에 입성한지 1년 6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정치권의 반대와 금융시장의 여건 악화 등으로 연내 IPO상장 계획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가면서 민영화의 꿈도 요원해졌다.

강 회장은 여전히 자신의 임기(3년) 안에 산은금융 민영화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현 정부 임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현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강 회장은 취임 초기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을 통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추진이 어려워지자 산은금융 및 산업은행 공공기관 지정해제와 연내 IOP 상장으로 민영화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또한 부족한 수신기반 확보 및 개인고객 유치를 위해 HSBC 서울지점(11개) 인수 추진과 다이렉트뱅킹시스템 도입을 통한 공격경영을 벌여왔다.

그러나 국회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산은금융이 IPO를 추진하려면 산업은행이 그간 발행한 해외채권에 대해 정부의 보증이 필요하지만 여야 정치권 모두 회의적 견해를 보이면서 선결조건인 국회의 동의를 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은행은 지난 7월말 HSBC 서울지점의 개인금융사업 부문 인수를 돌연 포기해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산업은행 측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일각에서는 HSBC 서울지점 직원 고용승계 갈등 문제, IPO상장 불발에 따른 부담감 등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작년 동기(1조409억원)보다 40% 감소한 6천196억원에 머물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순이자이익은 9천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증가했으나 외환 및 파생상품 관련 수익은 1억149억원으로 무려 79.5%나 감소했다. 그동안 평가손익에 반영했던 금호석유화학 전환사채(CB) 등이 지난해 말 주식으로 전환되면서 올 상반기부터 파생상품 관련 수익이 줄어든 탓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파생상품 수익 감소 외에 은행 수익성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으나 수익은 감소한 반면 자산은 증가하면서 수익성 지표는 악화됐다.

총자산순이익률(ROA, 0.71%)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 5.80%)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1.32%포인트, 8.22%포인트 감소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역시 14.59%로 전년 동기(17.16%) 대비 2.57%포인트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안랩(안철수연구소)과 산업은행간 뇌물공여 의혹이 불거져 강 회장을 더욱 곤욕스럽게 하고 있다.

일부 언론을 통해 안랩이 설립초기인 1999년 산업은행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전 벤처기업투자팀장)에게 주식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안랩과 산업은행 측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진위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산업은행은 영업력에서 남다른 성과를 내기도 했다.

강 회장은 타은행보다 점포수가 적어 영업확대에 한계가 있지만 '운영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해 무점포, 고금리 영업 전략으로 고객유치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그 일환으로 지난해 9월말 연3.5%의 온라인 수시입출금 예금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올해 7월에는 금리 연2.5%의 수시입출금 예금상품인 'KDB드림 어카운트', 각각 최고 연4.05%, 3.95%(1년 만기 기준)의 정기예금과 자유적금을 선보인 바 있다.

그 결과 7일 기준으로 산업은행의 '다이렉트뱅킹' 총예수금은 4조5천억원, 계좌수 16만좌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7월 9일 2조2천364억원에서 두달 새 무려 2조2천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오프라인전용 KDB드림 3종 상품도 지난달 말까지 총예수금 5천억원을 돌파하며 고객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산업은행의 이러한 '고금리' 영업 전략은 저금리로 마땅히 예금할 곳을 찾지 못한 고객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최근 이자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다시 역마진 우려에 시달리는 상황이 됐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