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저축은행, 금융지주 우산쓰고 서민금융 보루 될까?

2012-09-12     임민희 기자
우리금융지주(회장 이팔성)가 저축은행업계 1위였던 솔로몬저축은행 인수를 완료하면서 업계 판도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또 저축은행이 '애물단지'의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인수한 삼화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에 대한 자산건전화 작업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데다 여·수신 정리작업 및 역마진 문제, 은행·저축은행간 연계대출 시행 지연 등 영업여건이 좋지 않아 경영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솔로몬저축은행의 일부 자산·부채에 대한 계약이전을 결정함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이로써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점은 기존 2개 점포(강남, 신촌점)와 이번에 인수한 6개 점포(이수역, 압구정, 송파, 노원역, 마포, 목동점) 등 총8개로 늘어났다.

앞서 우리금융은 우리금융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경영건전성 지표)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사회를 통해 1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 지난 7일 납입을 마쳤다. 증자결과 영업개시일 기준으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의 BIS비율은 10%를 상회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인수한 솔로몬저축은행의 자산은 총자산(4조9천758억원, 5월 5일 기준)의 30% 가량인 1조6천억원, 5천만원 이하 예금은 2조804억원 규모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이전까지 업계 1위였던 솔로몬저축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업계 순위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솔로몬저축은행 인수로 업계 3위권까지 뛰어올랐다.

하나금융지주도 이번에 업게 5위였던 한국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하나저축은행(16개 영업점)의 영업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금융지주사 계열의 저축은행은 KB저축은행(옛 제일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옛 토마토저축은행) 등이 있다.

금융계는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역할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계열의 저축은행들이 선도적인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간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경영진 비리 등으로 고객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데다 구조조정에 따른 영업력 침체, 수익모델 부재로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규모가 워낙 커 자산건전성 회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금융지주사들이 자의보다는 금융당국의 압박 등에 떠밀려 인수한 점에서 얼마만큼 제역할을 해낼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2월 은행권 최초로 삼화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서민금융업계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영업 재개 1년이 지나도록 부실자산 정리 작업 등으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상품 출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총자산은 6천7817억원, 당기순이익은 2억원에 머물렀다. 총수신과 여신은 각각 5천499억원, 5천525억원이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한동안 자산건전성 회복과 여·수신 정리 작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금액 보다 수신금액이 많아 역마진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솔로몬의 자산평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삼화저축은행 사례를 비춰볼 때 최소 1년 이상은 자산건전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저축은행 취급 상품 외에는 아직까지 상품출시 계획은 없다"며 "은행권과의 연계대출 역시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을 비롯한 금융지주사들의 서민금융 참여가 침체된 저축은행업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금융지주사 계열의 은행과 저축은행간 연계영업이 가능해지면 영업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