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업 순항…한화 '김승연 회장 부재' 먹구름 걷히나?

2012-09-17     조현숙 기자

한화건설이 최근 이라크 비스야마 신도시 프로젝트 수주에 따른 선수금 7억7천500만달러(한화 약 8천700억원)를 수령함에 따라 한화건설과 지주회사인 한화의 실적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 13일 이라크 중앙은행을 통해 총 공사비 77억5천만달러의 10%인 7억7천500만달러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 주가는 14일 하루에만 3.53%나 오르며 3만5천200원에 마감했다.

한화 주가는 지난해 8월 하이닉스 인수설 등으로 5만5천원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영업이익 하락과 불공정 공시로 인한 상장 폐지설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올 2월 2만5천85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는 태양광사업 부진과 김승연 회장의 구속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가 정상화됨에 따라 한화건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당장 한화건설은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년간의 부진에서 탈출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며 비교적 선방했던 한화건설은 올들어 매출과 수익이 모두 하락하는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억원 감소한 1조3천122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상반기 1천27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127억원이 감소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508억원에서 46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매출은 0.2% 감소로 겨우 현상유지를 했지만 영업이익은 10%, 순이익은 7.6% 하락했다.


지주회사인 한화도 사정이 좋지 않았다.

한화는 올 상반기 매출이 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뒷걸음질 쳤다. 한화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지난 2010년 0.7% 증가로 제자리 걸음이었으나 지난해엔 아예  -46.5%로 주저앉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라크 신도시 사업 선수금 수령이  한화와 한화건설에게는 단비가 될 전망이다.

우선 한화건설 상반기 매출의 3분의 2에 달하는 선수금 8천700억원을 수령함에 따라 유동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물론, 향후 본격적인 사업착수와 함께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그 규모가 8조원 대에 달하는 비스야마 신도시 프로젝트는 한화건설 창사 이래 최대 공사로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 증가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향후 2년 동안 현지에 자재 공장 설립과 인력확충 등의 기반을 다진 다음 5년에 걸쳐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이라크 수주는 창사 이래 가장 큰 프로젝트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연도마다 공정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단순히 액면가로 산출했을때 7년 동안 연간 약 1조3천억원의 매출이 증가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화도 덩달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도시 프로젝트 선수금 수령 소식이 전해지자 증권가에서는 한화의 목표주가를 높이는 등 기대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현대증권은 한화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3만4천원에서 4만5천원으로 큰 폭 상향조정했다.

증권가는 한화건설의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이 이번 공사로 큰 폭의 실적개선이 가능해지면서 한화의 주당순이익(EPS)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 보다 중요한 점은 김승연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흔들렸던 자신감을 되찾게 된 점이다.

사실 김 회장이 수감된 이후 선수금이 제때 입금되지 않자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또 한화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추진하던 태양광 사업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가 정상 추진되면서 한화를 둘러싼 먹구름이 말끔히 걷히는 분위기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한화그룹이 신성장동력 사업을 비롯한 주요 현안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현숙 기자]